야고부-북한 교향악단 서울 공연

입력 2000-08-17 00:00:00

반세기만의 8·15 기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감격을 연출하면서 온 국민을 통일에의 희망으로 들뜨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감격적인 만남'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상봉 신청자를 기준으로 해도 760분의 1밖에 안되며, 실향민의 절대다수가 이나마의 '혜택'도 못 받는 현실이다. 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통일의 길은 얼마나 어려우며, 그 길은 우리에게 무한한 인내와 기다림을 요구한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한다.

반만년 역사에서 비롯되는 언어와 문화의 공유는 우리 민족의 큰 자랑이다. 하지만 서로 등지고 살아온 50년은 이 공유에 적지 않은 이질화 현상을 가져 왔다. 체제가 다르고 경제의 차이가 현격하듯이 의식의 차이도 만만치 않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남북을 지배한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 분야의 협상과 교류는 그 근본정신이 자국 이익에 입각해 있으며 '물질적'이다. 이에 견주어 문화는 민족정신에 입각한 전통과 습속에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통일 기운이 무르익는다면, 정치와 경제는 협상과 양보, 상호존중과 자주정신으로 공통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정신적인 패턴'이므로 협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로 가는 진정한 길은 남북의 문화적인 이질성의 극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에 못지 않게 문화 교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얼마 전 서울을 찾았던 북한의 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백마디 정치적인 말보다 예술단의 묘기가 단절감을 좁혀 주는 것을 느꼈다.

그간 남북간 문화 교류가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처음으로 북한의 교향악단이 18일 남한에 온다. 문화관광부와 KBS 초청으로 조선국립교향악단이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네차례 공연하게 된다. 연주자 110명을 비롯 132명이 방문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KBS교향악단과의 합동연주회도 마련된다. 아무튼 이번 무대가 '아리랑'의 한을 풀어내고, 민족 동질성 회복의 '교향악'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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