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북 기이한 인연

입력 2000-08-16 15:08:00

북측 이산가족이 묵고 있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지난 72년 9월 남북적십자 2차회담 남북대표 만찬이 개최된 이래 이번까지 모두 10차례 남북회담 장소 또는 숙소 등으로 사용돼 왔다. 국내 호텔 가운데 이처럼 남북접촉에 여러 차례 이용된 경우도 드물다.

지난 63년 4월 설립된 이 호텔은 6.25 전쟁 당시 주한 미8군 사령관으로 활약하다 50년 12월 23일 서울 북방 도봉지역 전선에서 북진작전을 지휘하던 중 숨진 월턴 워커(Walton H.Walker) 장군을 기리기 위해 '워커힐(Walker Hill)' 즉 '워커의 언덕'으로 명명됐다.

호텔에 워커 장군의 이름을 붙인 것은 '전쟁영웅'을 추모한다는 뜻 외에도 주로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 휴가장병 유치시설로 그 성격이 규정된 만큼 그들이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친근감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고려에서 비롯됐다.

워커힐 호텔은 이렇듯 북한 주민들이 '철천지 원수'로 일컫는 미군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도 어느 다른 곳보다 북한 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한 때 호텔측은 미군과 인연이 깊은 이 호텔에 북측이 거부감을 가질까봐 개명을 검토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1년 12월 5차 남북 고위급 회담 장소로 선정되자 '산보자의 언덕'으로 바꾸려고 했다고 한다. '워커'(Walker)는 워커 장군을 뜻할 뿐만 아니라 수려한 경관을 지닌 이 호텔을 산책하는 '산보자'(walker)로도 볼 수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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