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치질

입력 2000-08-16 14:21:00

50대 여성 한 분이 항문 주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 왔다. 몇달 전부터 항문 주변에 조그만 혹 같은 것이 생긴 뒤 가끔 통증이 있었으나 대수롭잖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부위가 조금씩 커져 돌팔이로부터 민간요법과 함께 부식제 주사 요법을 받았는데, 그 며칠 뒤 항문 주위 괄약근이 썩어 들어가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치질 만큼 환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질환도 드물다. 치질 수술을 하고 나면 "항문 괄약근을 다쳐 배변실금이 생긴다" "통증이 심하다" "재발을 잘한다" 등 갖가지 엉터리 소문이 무성하다.

대부분 치질은 때를 놓치지 않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고 난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데 있지, 치질 수술에 있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잘못된 인식이 때를 놓치게 만드는 것이다.

치핵·치열·치루 등 항문병을 통틀어 치질이라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질환은 치핵이다.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는 항문내 쿠션조직인 치핵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 배변할 때 출혈이나 항문 밖으로 치핵이 빠져 나오는 탈출증세도 나타난다. 하지만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고, 수술에는 잘라 내는 것 외에도 결찰법·냉동수술·고주파수술·레이저수술 등이 있으며, 별 통증이 없다.

서구식으로 변화된 생활패턴으로 인해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변비환자나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때문에 치핵과 동반된 다른 항문병이나 악성질환을 제대로 감별하지 않아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항문 출혈이나 심한 변비·통증, 배변의 변화가 있을 경우 반드시 대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항문병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배변 습관과 항문 청결이 필수적이다. 규칙적 생활·운동으로 정상적인 배변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치질이 생기면 정확한 진찰을 받아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김상훈 동인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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