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조주경교수 어머니 품에 안겨

입력 2000-08-16 12:04:00

"어머니, 건강이 어떠세요" "너도 나이먹고 이렇게 늙었구나. 아이고 불쌍하다".북쪽 이산가족 방문단으로 내려온 김일성대학 조주경(68.경북 영양군 영양면 출생)교수와 어머니 신재순(申在順.88.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3가 내원정사) 모자는나이를 잊은듯 주름살 가득한 서로의 얼굴을 부비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죽은줄 알고 50년간 가슴에서 묻어두었던 니가 훌륭히 자라준 것이 너무나 고맙구나. 이젠 내가 니 품에 안겨보자"

신씨는 몰려드는 취재진의 질문과 사진촬영이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얼굴에는 어느덧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이 고마운듯 웃음이 떠올랐다.

지난 50년 서울대 재학 당시 인민군에 끌려갔다 북한에서 장성해 김일성대 교수가 된 조씨는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죄인이에요"라며 가녀린 노모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저 살아 있길, 밥이나 먹으며 살아 있길 바랐을 뿐인데 내 아들이 북한 최고인 김일성대학의 교수가 되다니 정말 대견하구나"

신씨는 금지옥엽 같은 아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주름진 얼굴이붉게 상기됐고 눈가엔 눈물자국이 지워지지 않았다.

조씨는 "생전에 어머니 얼굴을 보았으니 더 이상 남은 소원은 없다"며 "앞으로빨리 통일이 돼 어머니를 모시고 하루라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빌겠다"며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는 젊어서 아버지를 여읜뒤 재혼도 하지 않고 오직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혼자 사셨는데... 어머니 그동안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어요. 처음 헤어질 때는곧 만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벌써 50년이 흘렀어요"

"나도 니가 보고싶었다. 그래서 20여년 전부터 부산의 내원정사에서 예불을 빠뜨리지 않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더니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신 모양이다"

두 모자는 서로의 얼굴을 다시 한번 어루만지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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