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상봉 이젠 눈 감아도 여한 없다

입력 2000-08-16 00:00:00

남한에 90세 이상 노모를 둔 북측 방문단 8명 전원이 상봉 첫날인 15일 노모와 상봉했다.

특히 노환으로 상봉장소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까지 가지 못해 북한서 온 자식들의 애를 태웠던 노모 두사람도 이날밤 늦게 남북한 합의하에 앰뷸런스를 이용, 북측 방문단 숙소인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꿈에 그리던 아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날 90세 이상 노모와 상봉한 북측 자식들은 △강영원(66) △김호근(70) △박량선(68.여) △박상원(65) △여운봉(66) △이종필(69) △이춘명(70) △조진용(69)씨 등 8명이다.

강영원씨는 17세때 의용군에 입대하면서 헤어진 노모 박보배(90.전주시 인후동)씨를 만났다. 어머니 박씨는 "내가 너보려고, 내 맏아들 보려고 지금까지 버텨왔어"라고 흐느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호근씨도 50년전 의용군에 징집된 후 어머니 차운선(90.강릉시 홍제동)씨와 생이별했다. 차씨는 "의용군 집결지인 사천중학교에서 말라빠진 오징어 몇마리를 건네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가슴을 내리쳤다.

박량선씨는 이날 노모 신영자(92)씨가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에 들어서자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신씨는 "이렇게 건강하게 있으니 더 바랄게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민족고전 분야 연구원으로 있는 이종필씨의 모친 조원호(99.충남 아산시)씨는 남측 상봉자중 최고령. 어머니 조씨는 "왜 이리 늙었느냐"고 한탄하면서 아들의 뺨을 어루만졌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가족과 이별한 이춘명씨는 올해 96세된 노모 최인창(91.충남 논산시)씨와 상봉, 가슴에 맺힌 한을 풀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조진용씨도 이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 정선화(94)씨를 보자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큰 절을 올렸다. 노환으로 목소리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정씨는 나지막히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너를 만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 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한때 실신하기도 했다.

이밖에 박상원씨와 여운봉씨의 남측 노모 민병옥(95)씨와 박성녀(91)씨는 이날밤 늦게 노환으로 상봉 장소를 옮겨 쉐라톤 워커힐 호텔로 옮겨 '앰뷸런스 만남의 기록을 남겼다.

한편 안인택(66)씨도 노모 모숙정(88)씨를 만나지 못했으나 모숙정씨가 아들과의 상봉을 요청할 경우 대한적십자사는 북측과 합의하에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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