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시장판단 시험대

입력 2000-08-14 14:42:00

"주식시장을 짓눌렀던 현대란 '먹구름'이 걷혀질까"

13일 발표된 현대의 계열분리 및 자구안과 관련 주식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현대호'의 향방에 따라 증시가 요동쳤던 만큼 이번 주 증시는 '현대 악재'의 소멸여부와 이에 따른 상승탄력을 시험하는 장세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

현대가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 판단을 한다면 증시는 한단계 상승할 수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하지만 현대가 자구안을 제시했음에도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엔 주식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현대해법과 증시 전망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제한적인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란 대형 악재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돼 투자심리가 어느정도 회복될 것이란 얘기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구안 타결의 타이밍이 예상보다 빨랐고 내용도 긍정적이어서 시장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주가가 투자심리 또는 기대심리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주가는 하락보다는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 문제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14일 시장의 검증을 거쳐야 그 영향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전문가도 "투자심리 호전만 갖고 주가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현대의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경기와 수급이라는 기본적인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것.

여기에다 계열분리안 등의 재료는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탓에 주가흐름을 상승세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려면 8조원대인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어나고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도 증가세를 보여야 한다는 분석. 외국인의 매수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계열분리안 등 현대문제 해결과 관련된 재료들이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은 다소 유보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합의안 발표보다 향후 실천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호에 끌려다닌 주식시장

사실 올들어 증시를 현대가 쥐고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는 지난 4월 이후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한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 4월말 정부가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발표할 당시 현대투신이 제외되자 주가가 폭락했다.

현대그룹의 자금 사정에 대한 의혹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왕자의 난'이 일어난 5월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채권단이 긴급 자금지원을 발표하자 시장에선 현대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42포인트 떨어진 것. 또 지난달부터 현대의 유동성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자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보였다.〈표참조〉

현대문제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기는 지난 주도 마찬가지. 현대사태에 대한 해결책 도출이 지연되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현대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지시하자 주가는 하룻만에 급등세로 돌아섰다. 현대에 관한 호·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식시장 분위기는 손바닥을 뒤집듯이 바뀌었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현대사태로 인해 종합주가지수가 140포인트 이상 폭락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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