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의사, 대화조차 없다니…

입력 2000-08-12 00:00:00

환자들이 문을 연 병·의원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고통을 눈을 뜨고 보기 힘들다.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가 사는 공동의 사회가 이런 지경까지 빠졌는지, 지성의 집단인 의사들이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갈수 밖에 없었는지, 가슴이 막힌다. 의료계가 재폐업에 들어간지 이틀째인 12일 현재까지 해결모습이 보이지 않고 겉돌아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전체가 나서서 풀어야 하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정부가 의료대란에 대처하는 정책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폐업이 장기화 할 경우 의료시장 개방 등 특별한 조치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즈음에 이런 수순까지 검토할 때가 아니다. '의료시장 개방'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감정적인 대책으로까지 비쳐질수 있다. 일본·미국 등 외국의료기관의 국내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의료대란을 푸는 데 별 도움이 안된다. 의사들의 감정을 촉발할 수도 있는 이같은 대책은 국민들이 동의할리가 없다. 외국진료기관의 국내 진출 허용이 의료대란을 푸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보건의료 발전대책도 일종의 판단착오다. 의료수가의 대폭인상 등이 주내용인 이 대책을 두고 의사회는 즉각 거부했고 국민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느닷없이 국민들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대책을 덜렁 발표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의료계도 대화 창구를 일원화 해야 한다. 집단 폐업에 다시 돌입한 후 정부는 대화창구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전공의, 전임의 협의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의사협회, 의대교수협의회 등의 불협화음은 염려스럽다. 결국 내부갈등이 국민들의 건강을 인질로 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상급조직의 합의 사항이 하부조직에서 뒤엎어 지는 일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강경론이 늘 세력을 얻는다는 조직의 일반적인 현상이 지성인 집단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다.

의료계는 요구사항이 실현되면 또다른 주장을 들고 나오는 협상태도도 자제할 일이다. 국회에서 의료법이 통과되고 난후 의료수가 인상 등을 요구했었고 지금은 구속자석방과 약사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대란은 당장 수습되어야 한다. 정부의 솔직한 태도와 의료계의 진지한 협상으로 하루빨리 풀어야할 일이다. 책임도 남에게 돌리지 마라. 책임은 양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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