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자 중 북측 최고령자인 구인현(109세)씨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과정에서 우리측 이산가족 교환방문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누누이 문제가 됐던 북측의 일방통행식 통보에 우리측은 순순히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만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구씨 사망사실을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이 점이 문제가 됐다. 정부는 구씨 사망사실을 전날 통보받고도 만 하루가 지난 후인 이날 언론에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측은 단지 "구씨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개시기를 늦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북측으로부터 구씨 사망 사실을 통보받은 정부측 태도다. 우선 구씨 사망 사실에 대해 뒤늦게 통보를 받고도 우리측은 어떤 대응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우리측은 구씨 사망 시기나 이유 등에 대해서도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북 정상간의 합의로 추진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사업이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와 우리측의 일방적 수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의 뒤늦은 통보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남북간의 공식협의 채널을 통해 공개리에 진행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원칙을 정부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성과에만 너무 집착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평양 방문단에 포함된 남측 이산가족들의 걱정은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의 반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남측 가족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평양에 가더라도 과연 혈육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제2의 장이윤씨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측 생사확인 결과의 신뢰성과 연결돼 지난 85년 고향방문단 사업 이후 15년만에 어렵사리 이뤄진 이번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사업의 성과에 오점을 남길 수있다.
이번에 남북은 이산가족들의 상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0명 명단을 미리 교환해 생사확인 작업을 거쳤다. 그러나 구인현씨 사례가 북측의 단순 행정착오였다면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도 재연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번 방문단 교환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구씨의 사례에 대해 북측 연락관은 "좋은 일하다 생긴 일인 만큼 서로 이해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남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런 실수에도 사실상 양해한 셈이다.
정부에서 이번 이산가족 교환 방문 사업을 지난 15년전 고향 방문단 사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남북간의 체제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던 고향방문단 사업과 화해.협력 분위기 속에서 성사된 이번 방문단 교환 사업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외형은 과거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데서 구씨 사건 말고도 구조적으로 다른 문제가 돌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일부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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