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어디서 이렇게 요란한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여름 통도사. 예전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절을 휘감아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독경소리는 여전하다.
통도사 성보 박물관은 통도사 산문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통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15교구의 본산. 대찰이다. 게다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으뜸인 불보종찰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중앙을 지키고 있다. 통도(通度)엔 '전국의 모든 출가자가 계단(戒壇)을 통해 스님이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성보박물관엔 통도사 관광의 덤으로 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보물들이 많이 소장, 전시돼 있다. 그냥 지나치면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박물관의 시작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 문화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못미치던 시절, 통도사는 관내 관음전 한 켠에 진열장을 설치해 절이 간직해온 전래 문화재들을 공개했다. 그후 75년 만세루를 개수해 전시장을 이전, 유물전시관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정면 7칸, 측면 3칸, 80평 규모의 박물관 건물을 지어 우리나라 사찰 성보박물관의 효시가 된 것은 지난 87년. 하지만 이도 잠시, 지난해 4월 대지 5천여평,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천300여평의 널찍한 집을 마련, 옮겨 앉았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돋보기로 확대한 2립의 석가모니 진신사리다. 지난 64년 경주 황룡사 목탑지에서 출토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돼 오던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36년만에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자리다. 당초 7월말까지 전시키로 했으나 관람객들이 몰려 2주일 연장됐다.
박물관 중앙홀은 건물 전체를 툭 털었다. 높이 12m이상 되는 대형 괘불((전각안에 장엄된 일반 탱화와 달리 바깥에 마련된 괘불대에 거는 걸개그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개관 이후 이곳에선 전국 각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괘불을 정기적으로 교환 전시하고 있다. 지금 내걸린 것은 문경 김용사의 괘불탱(9월30일까지). 개관 당시엔 통도사의 괘불탱을 내걸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상주 용흥사 괘불탱이 전시됐다. 올10월에는 상주 북장사 괘불탱이, 내년 4월에는 예천 용문사 괘불탱이 내걸릴 예정.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그 시설이나 소장품수, 수준면에서 성보박물관 중 단연 두드러진다. 현재 이곳에 보관중인 유물은 불교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 국보 1점과 보물 10여점, 지방 유형문화재 30여점 등 모두 3만1천여점에 이른다.
이곳의 전시실은 본관 4실, 별관 1실 등 모두 5개다. 별관은 노천 유물관. 옛박물관 전시실을 개보수해 방장 월하큰스님의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 중앙홀 좌측에 자리한 통도사 역사실은 그야말로 통도사의 역사를 담은 곳. 보물 제 757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 등 250여점의 통도사 전래 유물을 전시해 통도사의 역사와 변천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해뒀다. 이어 2층 계단을 오르면 불교회화실과 기획전시실. 두곳 모두 서화전시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불교회화실엔 성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600여점의 불화 가운데 보물 제1041호 영산전팔상탱과 보물 제1042호 대광명전삼신탱 등 대표작들을 선별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불화 및 일반 서화를 교체 전시할 수 있도록 꾸민 기획전시실에선 지금 지난 98년 입적한 혜각 스님의 서화들이 전시되고 있다.
2층을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 기증 유물실. 현재는 박물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사리장엄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불사리 신앙과 그 장엄'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특별전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감은사 동탑발견사리구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주 나원리 오층석탑사리구,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구 등 전국 20개 박물관에서 출품한 정교한 사리구와 사리호 사리합 등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일별할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특별전 기간(14일까지) 어른기준 3천원(평소 2천원)이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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