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기유학 정책이 전면 자유화 방침에서 7개월 만에 일부 후퇴, 초·중학생은 종전처럼 규제하고 중학교 졸업 이상에 대해서만 자유화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의 교육 정책이 늘 오락가락하지만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스럽다.
당초의 전면 자유화 방침은 세계화·자율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비추어 불가피하고, 해외 유학생 10명 중 1명 정도가 불법 유학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자녀의 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부모와 학생에게 있는 만큼 시장원리 측면에서도 굳이 정부가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바탕이 됐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국제 수지 악화와 조기 유학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여론이 우세해지자 정부가 굳이 조기유학을 장려할 수는 없다는 명분론으로 선회한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당초부터 더욱 신중한 검토를 거친 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 전면 자유화로 잔뜩 바람을 넣고 불과 7개월 만에 번복하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증폭시키는 꼴이 아닌가. 전면 자유화 조치 이후 그 정책을 믿고 이미 유학을 보냈거나 준비중인 경우 황당할 것이다.
교육부가 조기유학 전면 자유화 조치 이후 외화 낭비와 비교육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실제로는 있으나마나한 규제의 틀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리라고 본다.
더구나 이같이 다시 방향을 틀어 조기유학 규제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초·중학생의 해외유학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어서 그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종전과 달리 불법의 테두리 안에 있던 고교생 유학이 합법화된 셈이지만 그 숫자가 초·중학생에 견주어 적기 때문에 실제 규제 완화의 의미도 미미하다. 교육부 관계자도 밝혔듯이 불법 유학을 제재할 방법이 실질적으로는 없어 이번에 바뀐 정책도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씻기 어렵다.
교육부는 조기 유학 수요를 국내에 흡수하기 위해 국내의 외국인학교 입학 허용과 자립형 사립고 설립, 국제중·고교 증설 등도 대안으로 내놨지만 과연 어떤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는지도 의문시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과 능력을 반영할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갈팡질팡하는 정책으로 그 사정이 쉽게 나아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실추된 교육의 신뢰성을 되찾아야만 한다. 모든 학생을 하향평준화하는 중등교육 시스템의 전환에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특기를 발굴해 창의력을 길러 주는 교육 내용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교실 붕괴와 불법 조기유학 바람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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