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美 공화당 전당대회

입력 2000-08-03 00:00:00

지난 31일부터 나흘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초 강대국 대통령후보 지명전이서 그 자체가 뉴스거리인데다 그 화려하고 흥청대는 분위기가 '정치 축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미국 대선(大選)도 '돈 잔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공화 양당은 선거전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또 이러한 돈 선거의 양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하다. 1860년 당시 링컨대통령의 선거비용은 겨우 10만달러에 불과했고 1988년 대선때의 부시(지금의 부시공화당 후보의 아버지)대통령의 선거비용은 9천370만달러였다. 그런데 올해는 공화당 전당대회 비용만도 6천300만달러라니 얼마만큼의 미대선 선거비용이 급팽창하고 있는지 짐작할만 하다.

▲그러나 선거 비용이야 어떻든 정작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걸고 있는 공화당이 강력한 미국 건설을 내세우고 파월 전합참의장, 슈워츠코프 대장 등 걸프전 영웅들과 밥돌, 매케인 등 참전정치인을 차례로 등단시키며 애국심을 고취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외교에서는 강경기조를 견지해 왔지만 이번처럼 미국의 군사력을 재건해서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미국을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인만큼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처럼 남북화해 정책을 추구하는 입장에선 공화당의 대북 강경책이 자칫 화해의 '판'을 깨지나 않을까 신경쓰이는 것이다.

▲이 와중에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설전(舌戰)이 볼만하다. 클린턴이 "부시 주지사는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단순한 이유때문에 출마한 것"이라며 신경을 긁자 부시 전대통령이 "클린턴이 계속 공격한다면 클린턴이라는 인간에 대한 나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말 할 것"이라며 아들(부시후보)을 적극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클린턴이 부시를 공격한데는 물론 민주당의 고어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밖에도 부시후보가 등단할 때마다 "당선된다면 대통령직의 명예와 권위를 지키겠다"며 성추문의 주인공인 클린턴의 신경을 자극한데도 원인이 있다는 것.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화당 전당대회는 엄청난 돈 잔치에 비해 세계평화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결여된 '카우보이'의 축제란 비난도 받고 있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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