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틀째 이모저모

입력 2000-08-02 18:35:00

의약분업 첫날의 가장 첨예한 현장은 역시 약국이었다. 대형병원 외래약국에서 볼 수 있던 줄서기 현상이 이곳으로 옮겨졌으며, 처방약에 익숙지 못한 원외 약사들은 하루종일 우왕좌왕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특정 약국과 병의원 사이에 결탁 의혹이 제기될 만큼 왜곡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업 시행 초기여서인지 원외 약사들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품들에 낯설어 쩔쩔 매는 모습이 도처에서 보였다. 일부는 처방약이 생소하자 전문.일반 의약품 리스트 책자를 뒤적이는 등 우왕좌왕했다.

이에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 중에선 "약을 혹시 잘못 짓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실제 약을 잘못 지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구 산격동 모외과는 "50대 환자에게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을 처방했지만, 근처 약국 약사가 약을 정확히 알지 못해 비슷한 이름의 항생제(타목신)를 조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원외 처방을 계기로 그동안 일부 병의원에서 질낮은 약품을 써 오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살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처방전은 약효 동등성 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약을 처방했다가 의심을 사기도 했다.

대구 검사동 모약국 약사는 "인근 의원에서 약효 동등성 테스트를 받지 않은 거담제를 처방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의사가 처방했으면 약사는 그대로 조제하면 되지 무슨 말이 많으냐며 언성을 높여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또 소아과 처방전을 들고 온 다른 환자에게 약효 동등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이라고 설명하자 환자가 처방전을 찢고 그냥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대구 산격동 한 약국의 약사는 "동네의원의 처방전을 받아 보니 90% 정도가 복제약이었다"며, "처방전이 공개됨으로써 앞으로는 동네의원 처방약이 오리지널 약으로 50% 정도까지 전환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정 병원과 특정 약국 간의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 용산동의 한 약국은 처방된 약이 없어 인근의 해당 의원으로 대체조제 가능성을 문의했다가 오히려 무안을 당했다고 했다. "환자에게 ㅁ약국에 가라고 했는데 왜 그 약국에 갔느냐"고 의사가 화를 냈다는 것.

같은 동네 또다른 한 약사는 인근 병원의 처방 리스트를 구하기 위해 여러 병의원을 찾았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해 헛걸음만 했다며, 특정 병원과 특정 약국 사이의 담합의혹을 제기했다.

○… 의약분업 첫날, 대구시내 대형병원 인근의 문전약국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골목약국들은 파리를 날려, 약국의 '빈익빈 부익부' 조짐이 확연히 드러났다.

문전약국들에는 환자가 종전 보다 3~4배 늘어 처방전 소화에 정신을 못차리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약 조제에 2~3시간 걸리기 예사여서, 오랜시간 기다린 환자들이 불만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인근의 ㅅ약국에는 몰려든 환자들이 북새통을 이루자, 약국측은 처방전 뒷면에 번호를 적어 순서를 매김으로써 대형병원 외래약국에서 볼 수 있던 '번호'가 이곳에서 살아날 조짐이 엿보였다. 그러나 동네약국과 골목약국들에는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오히려 감소,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대구시 봉덕동 ㅁ약국 박모 약사는 "환자가 평소보다 30~40% 정도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동네약국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동네약국에서는 처방 의약품 준비도 소홀, 그나마 처방전을 들고 찾아온 환자들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의약분업이 시작됐는데도 종전처럼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요구하거나 임의조제를 부탁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아 약사들이 설득하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대구 검사동 ㅋ약국에는 1일 오전 11시쯤 50대 중반의 환자가 찾아가 항고혈압약을 요구했다. 약사는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달라고 하는 환자가 하루 동안 5명이나 됐다"며, "아직까지 의약분업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국에서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구매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판매량은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드링크제, 소화제, 종합감기약 등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품들이나, 상당수 환자들은 이것 역시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는 줄로 알고 아예 찾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대구 원대동 ㅇ약국의 경우, 일반의약품 판매량이 분업 시행 전보다 무려 50%나 줄었다고 했다. 약사들은 "처방전 조제에만도 시간이 많이 걸려 일반의약품 판매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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