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자산 다 팔아도 단기부채 못갚는다

입력 2000-08-02 15:04:00

1일 금융감독원이 공식 집계.발표한 16개 기업집단의 99사업연도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상을 계열사간 거래(내부거래)에서 올리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불공정 내부거래에 대한 금융당국과 주주들의 감시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재벌그룹들은 부채비율면에서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었으나 유동비율을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계열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비금융계열사에 비해 저조해 재벌그룹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기 위해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부거래 '불공정' 감시 필요=이번에 결합재무제표를 작성, 제출한 16개 기업집단의 매출액은 그동안 계열사간 거래(내부거래)를 통해 상당 부분 부풀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삼성그룹의 경우 결합재무제표 작성대상 159개 계열사의 매출액을 단순합산할 경우 148조1천700억원에 달했지만 이 중 61조7천300억원(41.7%)이 내부거래로 조사됐다.

현대그룹의 경우 계열사 단순합산 총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38.1%였으며 LG그룹과 SK그룹의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38.0%, 36.1%로 높았다.

4대그룹 밖에서는 단순합산 총매출액 5조2천500억원 가운데 25.2%인 1조3천200억원이 계열사간 거래인 한솔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최근 워크아웃기업으로 지정됐던 새한그룹의 내부거래 비중도 23.8%였다.

금융감독원은 내부거래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꼭 비정상.불공정 거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건전한 수직계열화에 따른 산업연관성이 높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계열사간 거래로 이뤄지는 점을 중시, 금융당국과 주주들의 불공정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유동성 제고하면 안정성 양호=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16개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2배를 조금 넘는 225.47%로 나타났다.

금융업까지 포함할 경우 부채비율은 331.95%로 높아지지만 쌍용, 새한그룹 등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동자산으로 단기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전체 평균이 100%를 넘지 못함에 따라 유동성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16개 기업집단의 전체 유동비율은 평균 95.12%며 금융계열사를 뺄 경우 81.38%로 낮아져 유동자산을 모두 팔아도 단기부채를 다 갚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 등 장사해 남는 돈으로 이자도 못갚아=최근 그룹내 대표회사격인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현대그룹은 장사를 해 남는 돈(영업이익)으로 빚 이자도 갚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그룹의 경우 이자비용에서 이자수익을 뺀 순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한 이자보상배율이 0.91에 불과하다.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미치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대지 못한다는 의미다.

영업이익 적자를 낸 코오롱(-0.53)과 한라(-0.08), 강원산업(-0.06)은 이자보상배율도 마이너스로 나왔고 영업이익 흑자 그룹 가운데 한진(0.78), 쌍용(0.28), 한솔(0.38), 두산(0.90), 새한(0.41)도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그룹 금융업 수익성 저조=현대, SK, 롯데그룹이 신용카드업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등 재벌그룹들은 그동안 너나없이 금융업에 진출했고 계열 금융 기관을 오너의 '사금고화' 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에 결합재무제표를 공개한 결과, 16개 기업집단은 금융업보다는 비금융업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이같은 지적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물건을 사고팔면서 이익을 내는 것을 의미하는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을 볼 때 전체 16개 기업집단은 비금융업에서 7.27%를 기록한 반면 금융업에서는 2.13%에 그쳤다.

비금융, 금융업을 구분하지 않은 전체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6.60%였다.

재벌그룹은 유형.무형의 계열사 지원을 위해 수익도 잘 내지 못하는 금융기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에 재벌그룹들이 어떠한 식으로 반론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게됐다.

◆4대그룹 경제력 집중 재확인=6월 결산법인 삼양사를 제외한 16개 기업집단의 결합재무제표상 총자산은 금융업을 포함해 419조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현대, 삼성, LG, SK 등 4대그룹의 총자산은 312조7천억원으로 74.6%를 차지했다.

16개 기업집단 가운데서도 4대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재확인된 것이다.

부채규모에서도 4대그룹은 16개 기업집단 총부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것으로 집계됐다.

16개 기업집단의 금융업 포함, 총부채는 322조원이었으며 삼성그룹이 101조원, 현대그룹이 74조8천억원인 것을 비롯해 4대그룹 총부채는 243조1천억원으로 75.5%를 차지했다.

4대그룹의 경제력 집중 정도는 자산과 부채규모뿐 아니라 자본, 매출액 측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금융업을 포함한 16개 기업집단의 총자본은 97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4대그룹 총자본은 71.8%인 69조6천억원에 달했고 312조4천억원의 총매출액 중 77.2%인 241조2천억원이 4대그룹의 비중이다.

4대그룹은 결합재무제표 작성대상 기업수도 437개에 달해 삼양사를 제외한 총 720개 작성대상 기업의 약 3분의 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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