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가루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어요"

입력 2000-08-02 14:54:00

찢어질듯한 쇳소리, 드릴과 용접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와 불꽃, 섭씨 1천300도로 가열된 보일러 열기….

대구시 서구 평리6동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열병합발전소 보일러실. 안전마스크와 보호복을 비집고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타다 남은 뿌연 석탄가루속에서 열병합발전소 김병국(43) 공무팀장의 손놀림이 재바르다. 가열기 교체작업을 끝내고 석탄가루와 열기가 가득한 밀폐 압력용기에서 서둘러 벗어나기 위해서다.이곳 공무팀 14명에게는 여름휴가가 아예 없다. 염색공단내 115개 업체에 시간당 5만㎾의 전력을, 97개 업체에 하루 평균 6천800t의 열(스팀)을 제대로 공급하려면 7, 8, 9월 석달동안 종합적인 보일러 점검을 비롯해 보수·교체작업을 완료해야 하기때문이다.

열병합발전소 근무경력 14년의 박해갑(39)씨는 "땀도 땀이지만 석탄가루가 제일 괴롭다"며 "보일러 1대당 긁어내야 하는 석탄가루가 5t이나 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모, 안전마스크, 장갑, 보호복, 안전화 등 기본장비를 철저히 챙겨야한다. 소음과 분진뿐 아니라 사고위험이 높은 것이다. 때문에 공무팀이 작업에 투입될 때 항상 작업장 환경측정기를 몸에 지닌다. 소음, 분진 등이 인체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상 29m 높이 조립식 작업대위에서 500㎏ 무게의 전기가열기를 크레인으로 옮기는 작업도 아찔하다.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됐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다치기 십상이다.

15년동안 이 작업에 매달려온 김병국 공무팀장은 "보일러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공단내 염색업체의 작업이 중단되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석달동안 석탄보일러 3대와 기름보일러 1대를 완벽하게 점검하려면 석탄가스덕트, 보일러, 전기집진기 내부에 1년동안 쌓인 석탄가루를 치워야 한다. 또 회전기계의 팬과 펌프를 청소하고 교체하는 작업도 조금이라도 늦춰서는 안된다. 염색공단 115개 업체의 정상가동이 이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야간작업까지 마치고 밤10시쯤 발전소내 샤워실에서 찌든 땀을 씻어낼 때 이들은 비로소 고된 하루일에서 해방된다.

金炳九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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