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진(全今鎭) 단장(수석대표) 등 25명의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대표단은 회담장 겸 숙소인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하루를 보냈다.
갈치 제주도서 공수
○…29일 밤 10시 30분 잠자리에 든 전 단장을 비롯한 대표단은 30일 아침 제주도에서 '특별공수'된 신선한 갈치구이와 미역국 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대표단중 3명은 식사가 시작되기 전인 아침 일찍 전복죽으로 대신했다.
식사를 마친 대표단은 곧바로 이날 오전 10시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제시할 북측안을 검토하는 자체 전략회의를 갖기도 했다.
전 단장은 도착 당일 입었던 회색 줄무늬 싱글 양복차림으로 회담장으로 향했고, 우리측 관계자들과 안면이 있는 북측 젊은 수행원들은 손을 흔들어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20대 후반 1명 포함
○…회담 대표단에 386세대인 량태현(37) 내각사무국 성원이 포함되는 등 '회담일꾼'들이 세대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담 수행원들은 20대 후반 1명을 비롯해 대부분 30, 40대로 구성됐다.
이들 젊은 일꾼들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와 내각 산하 부처에서 골고루 차출됐다고 남측 관계자들은 전했다.
北京경유 긴 여정
○…북측대표단은 29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긴 여정이었음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시종 밝은 표정이었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웃음으로 답변하는 등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대표단은 같은날 오후 2시 26분께 호텔에 도착해 우리측 대표단과 10여분 환담을 나눈뒤 호박죽, 갈비찜 등 한정식으로 점심을 들었다. 이후 대표단은 회담장을 둘러보면서 자석 배치 상황을 일일이 체크한 뒤 저녁에는 이한동(李漢東) 총리 주최만찬에 참석했다.
꽃 장식 한반도 모형 설치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을 위한 이틀째 만찬이 30일 저녁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고 건(高 建) 서울시장 주최로 열렸다.
이날 만찬에는 전금진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박재규(朴在圭) 통일장관 등 우리측 대표단, 그리고 이용부(李容富) 서울시의회 의장, 김효종(金曉鍾)서울지법원장, 김각영(金珏泳) 서울지검장,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 등 서울시관련 인사들이 참석했다.
고 시장은 만찬사에서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태백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양수리라는 곳에서 만나 서울의 한 복판을 흐르고 있다"면서 "서울과 평양간 경제·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여러 분야의 협력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단장은 답사를 통해 "체류기간은 비록 짧았지만 우리는 그사이 남녘 동포들의 뜨거운 통일열기와 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열렬한 지지의사를 알 수 있었다"며 "쌍방은 이번 회담에서 서로 신뢰를 다지고 일일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꽃 장식 한반도 지도 모형이 설치됐으며, 세종 국악 관현악단의 경음악 연주와 신효범, 정태춘, 박은옥씨 등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李총리·全단장 12년만에 재회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을 위한 만찬이 29일 저녁 회담장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이한동(李漢東) 총리 주최로 열렸다.
이날 만찬에는 전금진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25명 전원과 박재규(朴在圭)통일장관 등 우리측 대표단 5명, 그리고 이헌재(李憲宰) 재경장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장관과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 등 남북한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만찬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을 천명한 역사적인 대사건이자 쾌거"라면서 "이번 장관급 회담이 남북간에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어가는 튼튼한 디딤돌을 놓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 대표단의 전금진 단장은 답사를 통해 "우리는 북남 수뇌분들이 마련해 준 역사적인 북남공동선언을 조속히 이행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면서 "북남공동선언이 발표됨으로써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가까운 앞날에 우리민족 자체의 힘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됐으며 북남관계발전의 전환적 국면이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와 전 단장은 지난 1988년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준비회담 당시 각각 우리 국회대표와 북측 대표단장으로 참여한 바 있어, 이날 만찬은 두사람간 12년만의 재회의 장이 됐다.
양측 대표단은 중식으로 마련된 만찬에 이어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단 등의 전통무용 및 민요 공연 등을 관람했다.
南北 '일면여구' 표기 달라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 첫 회의에서 전금진 북측대표단장이 꺼낸 '일면여구'의 한자를 남북한이 다르게 써 한자표기에 혼란을 가져왔다.
지난 92년 발간된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일면여구'를 '一面如久'로 표기한 반면에 남한 사전에서는 '一面如舊'로 표기하고 있다.
북한이 '구'자를 "시간적으로 길다"라는 의미의 '久(오랠 구)'자를 사용하고 있으나 남한에서는 "옛날, 친구" 등을 뜻하는 '舊(예 구)'자를 쓰고 있다.
뜻풀이도 조선말대사전은 "처음 대하였으나 본래부터 알던 것처럼 친숙하다"로 적고 있고 남한사전에서는 "서로 모르던 사람이 한 번 만나보고서 옛 벗처럼 친밀함"으로 약간 다르게 풀이하고 있다.
또 조선말대사전은 '일면여구'와 같은 의미로 '일면이 여구하다'를 병기하고 "노인은 그가 한 고향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는 일면이 여구하게 더욱 반가운 정을 느끼었다"는 용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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