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개정안의 날치기 처리로 얼어붙은 정국이 김대중 대통령의 유감표명 담화로 풀릴듯하다가 유감에대한 여야의 해석차이로 또다시 꼬이는 모양은 정말 째째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지난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난 것도 명분도 약하고 시급하지도 않는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만들기 입법을 여당측의 정략적 발상으로 밀어붙인데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치권은 민생문제를 작정하고 팽개친 것같다. 특히 화급한 민생현안을 풀어야할 집권당의 자세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국민들은 제2의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현대그룹의 유동성부족 사태로 국민경제가 또한번 위기를 맞을 것같은 조마조마한 심정을 가지고 있고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정(醫政)갈등 등으로 엄청난 불안에 빠져있다. 이같이 시급한 문제의 매듭을 푸는 금융지주회사법안, 약사법개정안 등의 처리가 급하기 짝이 없는데도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쟁만 일삼는 모습은 국민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한다.
경색정국을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대통령의 "임시국회 파행유감"담화내용과 그에따른 여당의 대야(對野)후속 대응마저 정국정상화를 위한 진지함을 보였다기 보다 블랙 코미디 같은 인상을 주었다. 김 대통령이 "다수라고하더라도 의안을 일방통과시키거나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강조하고 "임시국회의 파행은 유감스러운 일"이라 한 것은 충분이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야당도 이를 사과로 받아들여 정국을 정상화하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김대통령이 "소수의 폭력저지도 안된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여당측이 유감표명을 야당에대한 사과가 아닌 국민에 대한 사과로 해석을 바꿔 정국은 다시 꼬였다. 국회법만은 여야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를 날치기처리한 여당의 잘못을 야당의 실력저지와 같은 수준의 잘못으로 돌리고 게다가 월말께 또 민주-자민련 양당만의 국회를 소집하겠다는 것은 국회파행을 부추기는 느낌이다. 정쟁을 중지하고 시급한 민생문제를 다루려면 먼저 여당이 이같은 자세를 고쳐야한다. 여당은 잘못과 사과에대한 문제를 분명히하고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재개해야한다. 야당도 정창화 총무의 자민련 실체인정 발언으로 밀약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국회법처리를 기를 쓰고 반대한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 야당은 밀약설에 대한 진실을 국민앞에 명백히 밝혀야할 것이다.
그런 바탕에서 여야는 기싸움·말장난 수준의 좀스런 정쟁을 청산하고 민생국회를 빨리 열어 국민의 위기감과 불안을 시급히 해소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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