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대 개혁 뜻은 좋지만

입력 2000-07-28 15:01:00

교육부가 내놓은 국립대 발전계획안은 국립대의 군살 빼기와 효율성을 새롭게 이끌어내고, 사립대와 차별화된 기능과 역할을 겨냥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립대를 책임운영 기관화하고 평의원회를 도입하며,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분파주의를 지양하고 건강한 대학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자유경쟁 학과 지정, 특별회계제 도입을 통해 등록금 책정을 점차 자율화하려는 시도도 집중 육성할 학문을 차별화해 우선 지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 계약·연봉제 역시 연구력 향상을 통해 교수들의 질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과 의도들이 순조롭게 추진되자면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가가 문제다. 특히 등록금 자율화는 수업료 인상으로 이어져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대학 진학의 길이 더욱 좁아져 계층간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커진다.

국립대들은 비효율적이고 무사안일에 빠진 데다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는 정부의 효율화 방안 모색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중심, 교육 중심, 특수 목적, 실무교육 중심 등 기능별 유형 분류는 바람직하지만 이에 따른 공정성 시비와 통폐합에 따른 갈등, 재정 차등 지원 등 갈등 요인들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이번 계획안에는 총장 공모제를 도입하고 책임운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자율성이 중시돼야 할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구조조정의 강요라는 비판을 비켜서기 어렵고, 교수들의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19개 일반 국립대를 사실상 서열화하고 유사기능 대학들을 통폐합하며, 교수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평의원회를 설치하려는 계획 등은 대학과 교수들의 거센 반발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계획안은 지나치게 구조조정에만 치우쳐 정작 발전안은 없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구체적인 교육재정 지원책도 없이 운영 시스템만 바꾼다고 개혁이 이루어질 턱이 없고, 책임운영 기관화도 대학에 대한 재정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이 현실성을 확보하려면 대학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면서 한꺼번에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방향이 옳고, 대학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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