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방학때 배 더 고파요

입력 2000-07-27 12:04:00

엄마가 없는 철민(가명.중1.대구시 서구 비산동)이에게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여름방학이 무척이나 길다. 학기중에는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했지만 방학이 되자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방학중 점심값으로 7만원짜리 농협상품권을 학교에서 받았지만 이래저래 며칠만에 써버렸다. 집 근처 식당 식권을 받아온 초등 3학년 동생은 한번 가본 뒤 "자존심 상하더라"며 굶겠다고 고집이다. 지난 봄에는 대통령이 아침, 저녁까지 준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쌀은 있어도 라면을 끓여먹거나 하루 한끼 정도는 잠으로 때우기 일쑤가 됐다.

정부의 여름방학 결식학생 지원이 겉돌고 있다. 현재 결식학생의 점심은 교육부가, 아침과 저녁은 행정자치부가 맡는 이원적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점심지원 방법이 아이를 자존심 상하기 딱 좋을 만큼 실효가 없는데다 아침, 저녁은 지원기준이 엄격해 대상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점심을 지원하는 대구시 교육청의 경우 방학 시작 때 학교에 따라 한달치 농협상품권, 인근 식당 이용권 등을 지급했다. 원칙은 쌀과 부식을 현물로 제공하는 것이지만 정작 쌀이 없어서라기보다 밥 해줄 사람이 없어서 굶는 학생이 많다 보니 택한 궁여지책. 하지만 농협상품권은 받자마자 써버리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인근 식당에는 얻어먹는 기분 때문에 거의 가지 않는다.

대구시는 지난 4월부터 결식학생들에 대한 저녁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상자가 290명 정도. 대구시 교육청이 점심을 지원하는 학생 1만1천700여명에 비하면 겨우 2.5%에 불과하다. 대구시 인구의 5%인 12만여명이 거주하는 영천시에서 저녁을 지원하는 학생이 176명인 것과 비교하면 '야박'할 정도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끼니를 굶는 학생을 위주로 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그러나 밥을 해줄 사람이 없는 결손가정, 밥은 있어도 반찬이 변변찮아 영양결핍이 우려되는 경우 등으로 결식의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복지전문가들의 지적.

전문가들은 "△결식학생 지원구조를 일원화하고 기준도 확대하는 한편 △결식 학생들의 상태와 심리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많은 학생이 실질적인 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심종합복지관 이영옥 부장은 "단순히 끼니를 대준다는 식의 지원이 아니라 공부, 지역사회 활동 등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복합적인 결식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이같은 형식적 지원방식이 되풀이 되는 한 결식아동들의 배고픈 여름방학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영천.徐鍾一기자 jiseo@imaeil.com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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