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문경(聞慶)'이라는 지명보다 오히려 '새재'로 인해 널리 알려진 문경. 대구에서 상주를 거쳐 3번 국도를 타고 경상북도의 끝자락. 문경에 들어서는 순간 변화의 바람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한때 도내 제일의 탄광지대였다는 문경. 산도 물도 시커멓던 탄광도시로서의 이미지는 간 곳이 없다. 곳곳에 들어선 관광지 안내 입간판들이 이같은 선입견을 슬며시 밀어낸다. 남으로 상주 김천, 북으로 충북, 서울 등지를 연결하는 교통, 군사상의 요충지인 새재는 빼어나다. 문경은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계곡 등 자연자원과 사적지, 온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라는 느낌이다. 그렇다. 문경은 빠른 속도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올해 7월 문경새재도립공원의 연간 입장객수가 100만명을 넘어 섰을 정도. 문경새재박물관은 문경새재도립공원 안에 있다. 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들어가면 바로 우측으로 우뚝 솟은 박물관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지면적 3천700여평, 연건평 384평. 지나치게 치장된 화려한 외관때문에 다소 이질감이 들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문경새재와 문경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이 문을 연 것은 지난 97년 4월27일. 개관한지 갓 3년이 지난 새내기 박물관이다. 문경새재입장료(어른 2천원)를 지불하면 별도의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제1전시실 주흘실은 '문경새재', 제2전시실 조곡실은 '문경의 문화' 제3전시실 조령실은 '문경의 문화재'가 각각 전시주제. 소장 유물은 지난해말 현재 약 4천200여점으로 대부분의 유물들이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것들을 전시했다.
1층 '조령실'은 문경의 도자기와 매장문화재, 고문서 등이 주류. 문경에서는 조선후기 주로 서민용 지방 백자를 생산해왔다. 조선 중기 이후 200여곳의 도요지가 발견됐을 정도다. 이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국내 유일의 중요무형문화재, 명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옛 사발과 대접, 주병, 유병, 제기 등 백자류와 오늘날 생산중인 도자기류를 함께 전시해두고 있어 비교할 수 있다. 또 굽다리 접시, 토기 항아리 등 삼국시대 토기류도 일부 전시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출토됐으나 국고로 귀속된 신기동 출토 금동여래입상을 비롯, 청동범종 등 상당수 문화재가 이곳에 전시되지 않은채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2층 '주흘실'은 이곳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보여주고자 마련된 전시실.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147호로 지정되어 있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새재 3관문의 역사를 비롯해 새재의 유래, 영남대로 문경의 전투, 새재의 전설과 신앙 등을 간별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전시실 중앙에 자리잡은 모형으로 제작된 경상감사 도임 행차도가 관심을 끈다.
'조곡실'은 문경사람들의 손때 묻은 의식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고운 비단 조각을 활용해 만든 색동 저고리. 1930년대 혼례때 입었었다는 명주로 만든 바지저고리 등 의생활, 식생활과 관련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뒤여밈 고쟁이와 뒤여밈살창 고쟁이는 여자 옷으로 각각 무명과 삼베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실용적이고 독특한 우리의 의생활이 엿보인다. 짚신과 짚신을 만들기 위한 신골, 조선후기에 사용된 갓, 탕건, 갓집, 겨울철 방한용으로 썼던 남바위, 혼례용 족두리, 뒤꽂이 등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많은 것 들이 아이들의 눈을 붙든다.
문경 관광은 여름철이 제격이다. 깍아지른 듯한 산세와 맑디맑은 물은 어디든 머물 수 있게 한다. 제1.2.3관문으로 이어지는 새재 50리는 그 가운데 으뜸. 조령산, 주흘산,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주봉들. 용추계곡과 쌍용계곡, 운달계곡, 선유동 계곡 등 어디하나 시원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산색과 물빛이 빚어내는 절경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게다가 김룡사, 봉암사, 대승사 등 유서 깊은 사찰들이 반긴다. 다만 봉암사는 지금은 참선도량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어 헛걸음하기 쉽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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