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발표해 '천재 시인'으로 평가받던 월북 시조시인 조운(曺雲·1900-?)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조운은 일제하 식민지적 문학사관으로부터 자유로운 몇 안되는 지식인으로 1947년 '조운 시조집'을 발표했으나 49년 가족과 함께 월북한 시인. 88년 월북문인 해금조치 발표전까지 40여년동안 분단이데올로기의 그늘에 묻힌 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조운기념사업회가 그의 시비를 고향인 전남 영광에 건립한 것을 비롯 탄생 100주년 기념세미나, 조운문학 전국백일장대회, 시화전, 시낭송회, 노래발표회, 문학기행 등 행사를 가졌다. 또 '조운 시조집'이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돼 그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게 됐다. 이 시조집은 47년 조선사에서 발행된 '조운시조집'과 당시 신문, 문예지 등에 실린 시조, 자유시 작품, 미수록 작품을 함께 엮어 복간했다.
1922년 영광중학 교사로 부임한 조운은 24년 '조선문단'에 자유시를 발표, 등단한 후 '동아일보' '신민' '동광' 등 신문잡지에 자유시와 시조작품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동료 교사 박화성에게 '조선문단'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도록 주선하고, 문학지도를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창작활동과 함께 각종 문화운동을 주도하다 일제에 검거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해방후 서울로 이주, 동국대학에서 시조론, 시조사 등을 강의하다 49년 월북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구룡폭포' '고매(古梅)' '석류' '파초' '선죽교' '석담신음' 등 많은 작품이 손꼽힌다.
'투박한 나의 얼굴/두툴한 나의 입술//알알이 붉은 뜻을/내가 어이 이르리까//보소라 임아 보소라/빠개 젖힌/이 가슴'(시조 '석류')
그의 시는 다양한 시상으로 일상사의 소재를 재치있게 다루고 있으며 시조.한시의 전통적인 어법을 현대시조로 변용시켜 현대시조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 김헌선(경기대 교수)씨는 "이은상은 뛰어난 글솜씨로(친일행각에도 불구) 살아 생전 분수에 넘치는 영예를 누린 반면 조운은 우리말의 묘미를 중시하면서 정감어린 시적 정조를 되살린 뛰어난 시인으로 손꼽히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묻혀 있었다"고 평가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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