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 '상극의 정치'로

입력 2000-07-25 14:18:00

민주당이 24일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자민련과의 공조가 절실한 때문"이란게 정가의 관측이다. 지난 주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전격 회동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이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결합을 원천봉쇄 하기 위한 고심책이란 것이다.

실제로 김종필-이회창 회동을 전후해 정치권에서는 양당 사이에 교섭단체 관련 밀약설이 나돌았고 한나라당이 15~18석 안을 제안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와 민주당을 다급하게 했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이 한나라당의 도움으로 성사될 경우 4·13 총선 이후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으로 짜여진 여야 구도가 여소야대의 '민주당대 비(非)민주당'으로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 여권이 강수를 선택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임시국회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 언론사 사장단 방북,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굵직한 일정들이 잇달아 있어 자민련과의 공조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야한다는 것도 강행처리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남북관계 대형 사건들이 강행처리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됐을 법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격렬했다. "민주주의 조종의 소리가 들렸다"며 '상생의 정치'의 끝을 선언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본회의장 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일부 의원들이 김종호 국회부의장의 자택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날치기 미수사건'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공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상생의 정치를 택할 것인지 상살의 정치를 택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국회의장 선거에서부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이어 교섭단체 완화안까지 밀릴 경우 야당의 존재가치마저 없어진다는 위기의식이 지도부에 널리 퍼진 한나라당으로서는 강경대응외에는 뾰족한 묘책이 없다.

게다가 "JP와 회동을 한 것이 실수"라는 일부의 주장처럼 이 총재의 대여 대화·협력 노선을 놓고 당내 비판이 일 가능성도 있어 강경대응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총재가 "온갖음모와 술수가 난무하지만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徐泳瓘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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