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과 관련 미8군 사령관이 서울시를 방문, 사과하려던 계획이 돌연 취소됐다. 미군은 서울시가 독극물 방류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와 방류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자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 '사과 방문'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미군측은 이번 사건을 두고 지금까지 "유감이지만 환경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발뺌하기 급급하다는 인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미군의 무성의하고 안하무인격의 태도에 분노한다. 아무리 양국간에 문화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치명적인 독극물을 강물에 쏟아붓고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후속조치도, 책임자를 문책하지도 않은 채 덮어놓고 앞으로 잘 하겠다는 식의 '사과'로 끝내겠다는 미군측의 안이한 태도는 말이 안된다. 가뜩이나 SOFA 협상으로 신경이 날카로와진 한국민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만약 이번과 같은 독극물 방류 사건이 미국의 포토맥강(江)에서 일어났다면 미국민과 정부가 과연 지금과 같은 자세로 발뺌이나 하고 있을 것인지 미군은 스스로 자문해보기 바란다. 미군 당국은 차제에 방류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규명해서 관련자를 문책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한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과 같은 문제를 뭉뚱그려 8월초로 예정된 SOFA협상에서 환경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어찌보면 무단방류 사건은 애당초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 미군측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바로 사과하고 한.미 양국이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 위해 발벗고 나서면 될 것으로 미군측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 환경문제를 국민 자존심의 문제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만 같아 걱정이다.
한.미 양국은 전통적인 혈맹관계의 우방국이다. 그런데도 환경문제 때문에 양국 우의에 금이 가고 남한에 반미 분위기가 확산돼서야 되겠는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오키나와 G8정상회담에 참석, 현지 주민에게 '감사와 이해'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도 현지 여중생 성 추행 사건에 대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깊이 사과하고 있다. 이에비해 주한 미군의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무례함 그 자체라 해도 할말이 없다. 주한미군은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누적된 한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민은 미군이 '진주군(進駐軍)'이 아닌 우방의 동맹군으로 끝까지 처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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