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해외연수 열풍

입력 2000-07-21 14:58:00

지난해보다 4배이상 늘어대구시내 교육공무원인 황모(46·수성구 만촌동)씨는 이달말 3주코스로 호주 어학연수를 떠나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의 연수비용 400여만원을 구하느라 애간장을 태웠다. 이달 월급과 보너스를 합쳐도 300만원에 못미쳐 결국 친척에게 빚까지 얻었다. 그는 "본인의 희망보다도 주위에서 너도나도 가니까 불안해서 어학연수를 안보낼 수 없다"며 "한 달간 남은 식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회사원 최모(43·달서구 장기동)씨는 올들어 초등학생부터 단기어학연수를 갔다오는 경우가 급증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수소문을 통해 딸아이 학교 친구가 호주 친척에게 가는 편에 자신의 딸도 딸려보내기로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각급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상당수 어학연수코스가 '관광 성격'이 짙은 것을 알면서도 영어의 세계적인 공용화 추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심, 조기해외유학 허용에 따른 사전답사 등에 끌려 빚까지 내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시내 유학 전문알선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여름방학때 사설영어학원별로 초·중등학생 어학연수 신청자가 평균 1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배 이상인 4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조기 어학연수 붐은 학생 본인의 희망보다는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한 방송사가 주최한 캐나다 3주코스 어학연수 접수가 150명으로 마감하자 추가 접수를 요구하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IMF이전 보다 더 열풍이 불고 있는 해외어학연수붐은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을 대상으로 보통 3주정도에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들고 있지만 비행기표를 못구해 떠나지 못할 만큼 폭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북대학교의 경우 미국 어학연수를 위해 URP(미대사관 인터뷰 면제제도)를 신청한 학생들이 123명으로 지난해보다 8배 가까이 급증했다.

영남이공대학도 방학기간 해외어학연수 신청자가 54명으로 지난해보다 배나 늘었다. 이처럼 연수학생들은 사설학원 알선, 여행사 기획상품, 대학자체 프로그램, 개별 연수 등을 통해 집단 합숙 또는 홈 스테이 형식으로 현지에 3~4주 일정으로 떠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어학연수는 철저한 목표의식과 동기가 필요하다"며 "무턱대고 어학연수를 갈 바에는 국내에서 체계적인 어학교육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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