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영지 회견 내용

입력 2000-07-18 15:19: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紙)와 회견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 정상회담에 대한 소회 등을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정상회담 전에 여러 정보를 통해 가졌던 그에 대한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면서 김 위원장이 "냉정한 이론가로는 보이지 않았고 예리한 성격의 감수성이 매우 강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했으며 그가 한 말의 상당 부분에도 일리가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이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대화상대로서 그에게 큰 신뢰감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한 서방측 비판이 확실하다고 알았으나 김 위원장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크게 왜곡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이번 방북은 통일로 향한 길의 시작에 불과하며 완전 통일이 되기까지 20년에서 3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통일시점이 아니라 "전쟁위험 제거와 평화공존, 경협 확대 등을 거쳐 통일 목표를 위해 공동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남북 정부가 상호 정통성을 인정한 것이며 이는 북한에게 극히 중대한 양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자결권을 버렸다고 항상 비난해 왔다면서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남북한 간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 미국에 합의사실을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을 북한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김 대통령은 회담의제 가운데 통일방안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면서 열띤 논쟁 후 북한이 "이것으로 회담이 끝났다. 더 이상 회담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으나 다시 돌아와 2개 국가를 유지하면서 중앙정부를 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회담기간 "북한은 동독이 안될 것이란 게 나의 핵심 주장이었다"면서 동독은 서독에 완전히 흡수됐고 서독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지만 "남북한은 별도국가로 경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 남북한 간 상황을 서울발과 평양발 두대의 열차에 비유하면서"열차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달린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