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환자들

입력 2000-07-12 00:00:00

에이즈 치료제는 지금까지 얼마나 발달해 있을까? 어떤 문제가 있길래 자꾸 말썽이 생기고 있을까?

제13차 국제 에이즈 회의가 전문가 등 각국 대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남아공 동부 해안도시 더반에서 개막되자, 그 치료제 문제가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이번 회의에 맞춰 UN 에이즈계획 피터 피요트 국장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와 관련해 연간 30억 달러가 필요하나 3억5천만 달러밖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매년 150억 달러를 외채 갚기에 쓰고 있으나 이는 보건·교육에 들이는 액수의 4배에 달해 부채 탕감을 통한 에이즈 퇴치 여유를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과학자·전문가 등 5천여명은 대회 개막에 맞춰 '더반 선언'을 발표하고, 제약회사들에 에이즈 치료제 가격의 대폭 인하를 촉구했으며, '국경 없는 의사회' 등은 현지에서 가두행진을 갖고 문제가 심각한 해당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에이즈 치료제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첫번째 것은 가격. 개발 수준은 일단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통제할 수 있는 선까지는 와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싸 그나마 부유한 선진국 환자들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뿐인 실정인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바이러스 계열의 에이즈 치료제는 모두 16종. 그 중 3가지를 함께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은 1996년 도입된 후 북미·유럽 에이즈 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일년치 약값이 무려 1만 달러에 달해, 가난한 환자는 꿈도 꿀 수 없다.

개발 방향도 다소 달라지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치료제들은 일단 정상세포 속으로 침투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세포 속에서 활동치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 세포에 침투해 들어간 에이즈 바이러스가 이용하는 효소인 프로테아제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세포내 활동을 차단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새 치료제도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의 40%가 현재의 치료제들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아예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생물공학 회사 트리메리스와 로슈제약과 함께 개발 중인 T20이다. 바이러스가 세포막과 결합치 못하게 차단하는 '세포 진입 억제제'로, 제2∼3단계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또 캐나다 아노르메드 제약사도 신약을 개발 중인데, 이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들이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수용체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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