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 운문댐-설계부터 부실...홍수땐 붕괴 위험

입력 2000-07-07 15:20:00

청도 운문댐이 설계 및 시공상 중대한 하자가 드러났다.

운문댐은 지난 93년 10월 담수를 시작, 98년 4월 만수위(150m)에 도달한 후 10개월간 만수위가 계속됐다. 지난 98년 태풍 '예니' 내습땐 홍수위인 152.6m를 불과 50cm 남겨둘 정도로 수위가 올라가 자칫 붕괴위험을 맞기도 했다.

댐의 경우 여름철 태풍이나 집중호우때 홍수에 대비해 담수된 물을 미리 빼내 통상 만수위는 1주일 정도 계속된다. 그러나 식수전용댐인 운문댐의 특징상 별도의 수문시설이 없어 저수면이 올라가면 자동 방류되도록 설계돼 유지 관리는쉽지만 홍수시 인위적인 조절이 불가능하다. 운문댐은 여수로(수위가 일정 수준이상 넘어서면 흘러 넘치도록 한 곳)를 통해 수위가 자동조절되지만 유입량이 너무 많으면 댐위로 흘러 넘치게 되고 이경우 사력댐은 붕괴 등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또 코아부 일부지점에 연약층이 발견됐고 자갈층이 발견돼 내부 침식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일부 구간에 함수대가 존재하며 여수로쪽 점토에 부분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지적했다. 댐 관리단측은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캐나다 전문회사에 의뢰, 댐에 지하수 시추 기구를 이용, 댐 바닥까지 구멍을 뚫고 특수점토 등을 압력을 가해 채워넣는 기법으로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감사원보고서에는 98년 6월과 10월 두차례 댐중심부가 함몰되는 등 부실시공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수자원공사측이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았고 과다한 누수량 관리도 않아 수자원 공사의 관리문제도 드러났다. 그러나 댐 관리단측은 이같은 사항을 그동안 쉬쉬하며 감춰왔다. 댐 안전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경우 하류지역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수십곳의 댐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는 수자원공사쪽으로 봐서는 향후 댐 건설계획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운문댐의 설계 및 시공상의 문제점과 식수공급에는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설계는 문제가 없었나

운문댐 관리단측은 85년 설계 당시 댐 높이와 규모 등을 최대 홍수(200년 빈도의 큰 비×1.2)를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운문댐 설계 기술용역을 맡았던 프랑스 르나르데사가 운문지역 일대의 강수량을 60여년간의 통계를 기준으로 1천139mm로 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98년 2천140mm, 99년 1천690mm 등 불과 14년만에 크게 어긋나 버렸다. 200년 빈도의 홍수를 대비했다는 것이 비록 기상이변이라고는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측이 엄청나게 빗나가는 등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식수전용댐으로서의 수위조절 기능이 미약해 건립초기부터 청도군과 주민들이 댐 상류지역인 동창천의 집중호우시 월류수로 인한 하류지역의 피해 등 문제를 제기했던 것. 이같은 상황에서 수자원공사는 지난 5월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댐 수문 설치 및 홍수 예경보 설치공사에 들어갔다. 결국 두벌 일이 되고 말았다.

▨시공 결함여부는

사력댐인 운문댐의 경우 코아부분의 점토층과 모래 및 자갈 등을 안쪽에서 부터 바깥쪽으로 차례로 다져나가는 공법으로 공사하는데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다짐 작업을 제대로 않아 코아부문의 재료상태가 부분적으로 불균질한 것으로 안전진단 결과 나타났다. 댐 본체 안정기간 중에 장기간 만수위가 계속되면서 댐체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코아부에 문제가 발생했으며 사력 댐이나 콘크리트 댐에도 누수는 있지만 만수위시 하루 400여t의 누수량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측은 이같은 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대책이 필요하다고 결론 짓고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또 공사측은 안전진단을 실시한 배경에 대해 내년 4월로 만료되는 하자기간 이전에 댐의 문제점 등을 정밀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수문학회 관계자는 "댐 축조를 마친 후 하류에 누수집수벽을 만들어 누수량을 측정하는 장치를 댐에 설치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즉 이같은 장치는 댐 축조시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정기 운문댐 관리단장은 지난 97년 12월 누수량 측정장치를 설치, 이듬해 초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 이전 부터 댐에 누수 등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공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는 결론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시공당시 코아부분에 공사용 도로개설을 위해 매설한 자갈 등을 제거않고 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두곳의 시료채취결과 33m 지점에서 자갈층이 발견된 사실을 제시했다.

▨운문댐 과연 안전한가

박정기 운문댐 관리단장은 "구조와 환경을 감안, 하자기간 만료전에 시공 문제를 조치해 하류지역의 피해를 경감시키고 댐 관리의 안전을 위해 보수.보강공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공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안전진단 결과에 의한 댐 본체의 보수.보강공사로 당초 설계 및 시공시보다 안전도를 훨씬 높였으며 홍수조절 기능까지 갖춰 다목적 댐의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댐 축조 재료인 사력층의 재질이 좋고 축조량이 방대하여 댐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순탁(영남대 토목과)교수는 "시공상 하자가 발생한 것 같다. 지반개량공법으로 보강공사를 하면 댐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조치를 확실하게 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수는 지장없나

운문댐은 6일 현재 하루 대구시 16만6천t, 경산시 4만4천800t, 영천시 1만8천t, 청도군 6천t, 하천유지수 10만t 등 하루 33만4천800t씩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6일 현재 수위는 125.13m로 저수율이 11.4%에 불과, 용수공급 가능 수위인 122m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를 오르내리던 상황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댐 관리단측이 지난해 9월부터 안전진단용역(99년 7월~2000년 4월) 결과에 따른 보강공사를 의식한 나머지 물을 빼기 시작, 모두 1억t 가량을 방류하면서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토목 전문가는 수문공사만을 위해서라면 수문위치(138m)를 감안할 때 그렇게 많은 물을 빼낼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댐 관리단이 댐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안전진단결과에 따라 보강공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물을 뺏다는 결론이다. 현재 용수 공급가능일 수는 약 50일로 잡고 있지만 유입량보다 유출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한 급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댐 관리단측은 그러나 남은 장마기간과 태풍 등이 올 경우 장기적으로 수위확보(140m)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문댐 현황

식수전용댐으로 건설된 운문댐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에 위치해 있으며 유역면적만도 301.34㎢, 만수위 150m, 계획 홍수위 152.6m에 달하는 용수댐 가운데 전국 최대 규모다. 길이 407m, 높이 55m로 총 저수량은 1억3천534만t이며 유효저수량은1억2천617만t, 만수면적은 7.834㎢다. 일일 평균 취수량은 46만1천300t이며 대구56만명, 경산 17만명, 영천 6만5천명, 청도 1만명 등 80여만명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공사기간은 85년 1월 기초 토목공사에 들어가 96년 4월 준공됐다. 93년 10월 물을 가두기 시작, 이듬해 5월부터 통수했다. 지난 97년 12월 청도 36.48㎢, 경주 0.17㎢ 등 36.65㎢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洪錫峰기자 hsb@imaeil.com

崔奉國기자 choib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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