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 대구시 의회 의원 휴게실.
"야 이 ××들아 약속을 지켜야지. 한번 잘해 봐라". 한 의원의 터질듯한 목소리가 의사당 복도를 울렸다. 그리곤 잠시 뒤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글로 옮기기 어려운 육두문자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 소란의 주인공은 전날 있었던 부의장 선거에서 한표차로 떨어진 모 의원. 주장은 간단했다. '왜 표를 찍어 주기로 한 약속을 어겼냐'는 것. 그리고 패배의 화풀이를 가장 본능적인 행동으로 동료 의원에게 퍼붓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맞은 편에 위치한 본회의장. 전날 의장단 선출에 이어 상임위원장 투표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여기서도 고성은 터져 나왔다.
"에이 토착비리 세력들", "멋대로 해봐라".
투표 직전 있었던 신임 의장의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품은 또다른 의원이 의장단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입닥쳐", "할말 있으면 앞에 나가서 해". 간간이 다른 의원의 야유가 있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애써 외면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간혹 연출되는 침묵이 오히려 이상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은 끝났다.
그리고 오후 3시. 신임 의장의 상임위 정정 선포가 있었다.
이날 오전 산업교통위에 배정받아 위원장 선거에 나와 떨어진 모 의원이 다시 문교사회위원회로 배정받은 것.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동료의원과 의장단은 쉽게 상임위 정정에 손을 들어줬다.
의원의 절반이 후보자로 나선 의장단 선거와 그 과정에서 빚어진 줄서기와 각종 추문들. 이날 시의회의 모습은 예고된 것들이었다.
지하철 부채와 위천 문제, 그리고 기업의 연쇄 도산.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현안들만 쌓여 있는 인구 250만의 대구. 그리고 그들을 대표한다는 시의원들. 한 의원의 주장이 머리를 스쳐간다. "시의원의 수준이 대구의 수준이라는". 7월 한여름의 폭염도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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