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무시...파벌간 갈라먹기

입력 2000-07-05 00:00:00

◈일 모리 2차 내각 출범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이 4일 출범했다. 그러나 조각 내용이 갈라먹기식 혹은 임시성을 짙게 띠고 있고 그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져 출발이 매우 불안한 것으로 평가됐다.

◈총리선출

모리는 지난달의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4일 소집된 특별국회 중.참 양원 본회의에서 제86대 총리로 재선됐다. 그 후 모리총리는 자민.공명.보수 등 3당 연립정권 형태로 조각에 착수했다.

오부치 전 총리가 쓰러진 후 과도내각 형태로 이끌어 온 모리 총리는 이로써 자신의 본격적 정권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파벌 안배와 핵심각료 유임 등으로 자신의 독자적 컬러를 내는데는 미흡하다는 평이고, 내년 1월엔 각료 수를 대폭 줄이기로 돼 있어 올 연내에 추가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각평가

이번 모리 새 내각은 지난 총선 결과나 여론에 역행하며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자민당내 오부치파와 모리, 에토.가메이파 등 주류 3파의 밀어붙이기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총선 직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0∼70%가 모리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등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각료 인선에서도 21세기의 국가 운영과 과제 등은 고려되지 못한 채 자민당내 파벌의 논리가 우선됐다. 파벌간 협의에서 각료 몫이 할당된 뒤 각파가 제시한 명단에서 고르는 구태를 답습한 것.

내년 1월의 중앙정부 개편을 앞두고 어차피 연내 개각이 불가피한 것도 불안정한 출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때문에 '재고 정리 내각'이란 혹평까지 나왔다. 그동안 입각을 고대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인사들이 대거 입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정권이니 정치인들 한이나 풀어주자"는 식이 됐다는 것이다.

정책면에서도 전임 오부치 내각의 노선을 그대로 물려 받음으로써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경제정책만 해도 경기회복 우선의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 장관 등 경제사령탑의 유임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총리는 자신의 몫인 2자리를 제외하고는 독자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때문에 모리 정권의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가 많다. 게다가 잇단 실언으로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고 있고,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새 내각 과제

경기를 회복시키면서 어떻게 재정을 재건할 것인가, 한반도 등 격동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교를 전개할 것인가, 코앞에 닥친 오키나와 주요국 G8 정상회담은 무사히 치러낼 것인가 등등 과제가 쌓여있다.

모리 내각의 최대 과제는 역시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기 대책. 아직 경기가 완전한 회복 국면을 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645조엔에 이르는 거액의 재정 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또다른 과제에 부닥쳐 있다.

시간을 끌 수 없는 또다른 과제는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이다. 일본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든 뒤 소자 고령화(少子高齡化)가 급속히 진행되고 사회보장비가 급증, 연금.의료.간병 등 보장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 자민당 등이 1990년대 중반부터 근본적 개혁을 내세워 왔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교실붕괴, 청소년 흉악범죄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개혁도 중대한 과제. 여기다 최근 잇따른 불상사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그 개혁도 급선무로 떠올라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달 하순으로 닥친 G8 정상회담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주일 미군 경비의 일본측 부담, NTT 접속료 인하 등이 미국과의 주요 현안이 돼 있고, 러시아와는 '올해 말 평화조약 체결' 문제가 고비를 맞고 있다. 9월 초 방일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긴장 완화 조짐이 보이고 있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일본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도 주목 대상이다. 한미일 공조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일북 정상회담을 진척시키는 것은 모리 신정권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그외 일본은 올가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고, 유엔 개혁의 초점이 되고 있는 9월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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