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 對北사업의 의문들

입력 2000-07-03 00:00:00

현대그룹의 정주영 전명예회장 일행이 북한방문을 통해 금강산일대의 경제특구개발을 위시해 북한의 유무선통신서비스사업 참여, 공단후보지확대 등을 북한당국과 합의했다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이후 첫 남북경협의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금강산 일대를 세계적 첨단기술 연구개발단지로 만들고 아울러 무역·금융·문화·예술·환경의 종합기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야심찬 계획이라할 수 있다. 이같은 합의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6·15 남북선언후 개방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시작했다고 판단되고 남북경협은 고무적인 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측의 경협사업 발표내용은 북한당국과 어떤 합의방식을 취했는지, 우리정부가 동의를 했는지, 사업에 따른 자금조달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등 구체적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않고 있다. 정 전명예회장 일행의 방북성과가 이같은 여러 궁금증과 의문 때문에 막연히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그같은 의문이 풀리지않는다면 국민불안을 조성할 가능성마저 있어 현대측은 이런 여러 의문들에대해 명확한 후속 설명이 따라야할 것같다. 남북교류사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경제협력과 교류니만큼 서로간에 오해를 빚거나 불합리한 방식의 추진으로 불신을 산다면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남북교류사업이 그같이 불투명한 추진으로 엉뚱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현대는 이번에 발표한 경협사업 가운데 사업이 시행중인 금강산관광사업이외에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의 승인이나 협의를 받아야하는 것들이다. 현대가 정부의 승인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했다면 정부를 무시하는듯 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통신사업은 남북 당국간의 협의가 필수적인데도 현대측의 이같은 발표에대해 남북한 당국의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현대가 남북경협에서 선두를 차지할 의도로 독주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처사인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거대한 규모의 사업을 발표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조달계획이 전혀 언급되지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로서는 자금계획없는 투자사업발표가 허풍처럼 보이기도하고 보기에 따라선 다른 목적으로 이같은 사업계획을 터떠린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가 외자유치로 이같은 사업을 추진한다해도 은행의 구제금융과 회사채만기연장으로 연명하는 현대의 대외신뢰도에 비추어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혹시나 현대가 대북사업을 당면한 자금난해결에 이용하려든다면 더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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