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민한다. 고민한 만큼 성장한다고도 한다.어떤 때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남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경찰관 25년.
그것도 대부분 수사분야에 근무하다 보니 고민은 익숙해 있고 이젠 웬만한 고민에는 나도 모르게 항체(抗體)가 형성된 듯도 하다.
그런데 요즘 혼자만으로는 풀지 못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얼마전 형사계에 결원이 있어 전입 희망자를 받아 보았을 때와 현재 형사 근무자의 희망부서를 조사해 본 후부터다.
형사계 전입희망자는 400여명중 1, 2명에 지나지 않았고 40여명의 형사들 중에서도 30명 이상이 형사계를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수사형사로서의 자긍심과 보람 등으로 타 부서를 넘 보지 않고 반평생을 보내 온 스스로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평소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터져 나오던 불평이 그제서야 가슴에 와 닿았다.
"과장님, 범인을 잡노라고 10∼20일간 서울에서 매복하는 등 전국을 헤매고,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원를 포섭할 때, 밤 잠 못 자고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갔을때 가족은 물론 누구라 형사를 달갑게 여기겠습니까?"
경제학에서 접하는 여가와 임금률, 노동투입 등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후방굴절형 공급곡선' 이론이 떠오른다.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 여가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보여 주는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경찰 아니 살인·강도범을 쫓는 우리 형사들에게 여가와 노고에 합당한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라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속에 외로운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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