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의견과 주장을 묵살하거나 존립의 근거를 뿌리째 뽑아 버린다면 독재와 폭력에 다름 아니다. 대중문화와 사회 기류는 불가분의 관계다. 영화.연극.가요.TV 연예프로 등 대중문화는 사회의 풍속을 반영하고, 그 기류는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성풍속에 관한 한 우리는 이같은 악순환의 늪에 날이 갈수록 깊이 빠져들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원론이지만,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대중문화의 음란성.폭력성 판정도 최종적으로는 수요자인 대중의 몫이다. 대중문화의 향수자는 바로 공급자의 측면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같은 전제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인권유린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음란성 문제를 싸고 논란을 빚어 오던 영화 '거짓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잘한 일이다. 예술작품을 평론이나 향수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문화.예술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으므로 정부 권력이 깊이 간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놓고 보면 석연치 않은 점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6개월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그 판단 잣대가 미심쩍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3년 전 유죄선고를 받았는데 표현이 완화됐다며 관객 86%가 '상업적 포르노에 가깝다'는 반응에도 음란성을 굳이 외면한 포용력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은 가치 판단에까지 '고무줄 잣대'를 가졌다는 말인가.
아무튼 이번 검찰의 결정은 또다시 많은 논란을 부를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성인(등급외) 전용관 실립이 아닐까. 지금은 표현의 자유와 시민들의 볼 권리에 대한 욕구가 점차 높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온갖 영상물이 넘쳐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추세를 수용하고 세계 영화계의 흐름과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성인 전용관의 설립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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