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설 땅을 잃었다. 의료계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대화 파트너' 자격까지 잃더니, 이제 약사들의 반발로 의.약 모두로부터 '왕따' 당하게 된 것.
폐.파업으로 맞섰던 의료계는 애당초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문책을 요구해 왔다. 의사들은 공공연히 "차 장관이 철저히 약사 편에 서 있다. 보건복지부 요직은 약사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해 왔다. 또 의료계 10대 요구사항의 마지막 항목에는 항상 차장관 문책 요구가 빠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복지부로선 치명타. 우리나라 의료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할 '보건의료발전 특별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키로 된 것에는 일반 국민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건행정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자칫 행정적 심부름이나 하는 허드렛 부서로 전락할(?) 지경이 된 셈이니, 직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닐 수밖에 없는 것.
방금 약사회로부터 당하기 시작한 무시도 따갑기 그지 없다. 그동안 아무 말 않고 복지부 시책을 따라 온 약사들이 차 장관을 만나 주지도 않고 있다. 약사회 집행부는 25일 차 장관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는 "장관이 확인한 원칙을 당정회의가 뒤엎고, 당정회의가 확인한 것을 다시 대통령이 뒤집는데, 어찌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따를 국민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의사들이 당.정과 청와대를 상대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켜 왔듯, 약사들도 보건복지부를 건너 뛰기 시작한 것일까?
이때문에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일할 맛을 잃었다. 의사들의 비난을 온몸에 받으면서 작업해 온 약효 동등성 시험 결과가 소용 없게 됐으며, 의약분업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자칫 시행 자체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국민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인터넷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란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장관의 보건행정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철학을 묻고 싶다" "국민은 능력있는 장관을 원한다" "장관직 사퇴하라"는 등의 글이 쉴새 없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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