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주 더이상 못참는다

입력 2000-06-19 14:24:00

남북 화해 분위기가 미국의 NMD(국가 미사일 방어망) 구축 계획과 관련한 세계적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본지 17일자 7면 보도〉 이것은 거꾸로 NMD 때문에 남북 문제가 영향 받을 소지가 있음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지금은 몇몇 나라가 강국 지위를 회복,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시키려 하는 시기이기도 해, 이 문제는 까딱 세계 정세의 갈림길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있어 보인다. 관련 국가들의 보다 자세한 입장을 살펴 보자.

◇미국=자국 내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략적인 부문에선 NMD가 오히려 군비경쟁을 촉발해 미국을 미사일 공격 위협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의회 보고서는 "이 계획이 전제하고 있는 위험 대상국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최근 결론지었다.

기술적 측면과 관련해서도 상당수 과학자들은 NMD 체제가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 국방부 자체의 관련 특위도 가짜 탄두 식별 능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최근 공식 제기했다.

여기에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시각까지 있다. 기술 수준과 실질적 방어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보다는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논리에 의해 정책이 강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옹호론자들은 군비경쟁 초래 위험에도 불구, 불량국가의 위협에 휘둘릴 수는 없다는 논리로 밀어 붙인다.

미국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되는 2005년까지 1단계로 100기의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가동키로 하고 있다. 때문에 늦어도 내년 봄쯤엔 알래스카 첨단 미사일기지 건설에 착수해야 하며, 또 올 연말 이전에 600억 달러 규모의 NMD 체제 구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작년 이후 줄기차게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유는 여러가지. 중국은 1990년대 걸프전과 국제 사회에서의 핵폐기 분위기 이후 방향을 선회, 재래식 무기개발에 치중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NMD 같은게 개발되면 공들여 온 중국의 핵과 재래식 무기체제가 무력화된다.

중국은 또 NMD.TMD가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그 개발 이후엔 자신들의 희망과 달리 세계 구도가 '다극화'로 가지 않고 미국 주도의 단극화 상태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다 일본과 대만이 TMD라는 미사일 방위 우산 밑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어 더 분개하고 있다. 중국은 미일 군사협력 확대를 통한 일본의 군비확장을 우려해 왔으며, 특히 대만의 포함은 '내정 간섭'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일본=기본적으로 미사일과 핵 문제 등 북한의 위협에 관한 한 미국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의 NMD 구상이 북한을 가상 적으로 하고 있듯, 일본의 최근 방위력 정비 등도 북한의 위협을 배경으로 추진돼 온 것.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법이 통과된 것이나 그동안 금기시 돼 온 유사(有事)법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획기적인 방위력 정비가 추진될 수 있었던 것도 1998년 8월의 북한의 위성(미사일) 발사, 작년 3월의 괴선박 영해 침범 사건 등 북한의 위협 덕분이었다.

◇러시아=반대 입장이 단호하다. NMD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이 1972년 러시아와 체결한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협정을 개정해야만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핵균형이 무너지고 새로운 군비경쟁이 촉발된다며 반대한다. 러시아는 기존 협정들을 더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기존 핵전력 유지에 조차 벅차하기 때문이다.

ABM 협정의 요지는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자국내 한 곳에만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NMD는 그 방어망을 현재의 노스다코다 주 그랜드폭스 기지와는 별도로 알래스카에도 추가 설치하게 된다. 러시아의 전략 로켓군 사령관은 "ABM은 한 목표물을 방어하는 것이지만 NMD는 2천km 내의 모든 시설물을 방어하는 개념"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푸틴이 다음달 중순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자체 미사일 개발 계획 포기를 설득하려는 것도 모두 NMD에 치명타를 안기기 위한 것이다.

◇EU=남북회담 이후 반대 입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가 제의한 '유럽 미사일 방위 계획'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미국의 NMD 계획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독일은 또 ABM협정의 존속 필요성에 대해 러시아와 인식을 같이해, 유럽 안보의 파트너로 미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하겠다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EU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도 잇따른 정상회담을 통해 유럽의 독자적 방위체제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독자적인 방위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유럽 내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우위를 보장하는 NMD 계획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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