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중 민감한 사안의 하나인 제2항의 '연합체' '연방제' 조항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상당시간 설득한 결과라고 박준영 청와대수석이 전했다.
북측의 공식적인 연방제안은 중앙정부에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갖는 것으로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에서 이를 계속 주장.
그러나 김 대통령이 "그렇게 되면 국제기구에서의 관계 등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장시간 설명해 지방정부가 외교와 군사권한을 갖도록 하는 의미의'낮은 단계의…'라는 표현을 쓴다는데 합의했다는 것.
박 수석은 "2차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설득했다"며 "상당한 토론과 의견교환이 있은 후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회담 후 "내가 젖먹던 힘까지 내서 진실되게 설명했다"고 회담분위기를 설명했다고 박 수석이 전했다.
이와 관련, 박 수석은 "회담시간이 3시간 50분이었지만 3시간 4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특히 통일방안에 대해 두 정상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부연.
공동성명 작성과정에서 두 정상은 큰 틀에서 합의만 했고 문안은 오후 8시50분경부터 실무선에서 작성하기 시작했다.
양측 실무진은 두 정상이 목란관에서 만찬을 하는 도중 공동성명 초안을 마련해 만찬장으로 들고가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먼저 보고, 김 위원장은 초안을 검토한 뒤 일부 수정을 지시하고 이를 남측의 임동원 특보에게도 설명했다.
다시 임 특보가 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막후 조율작업이 부산하게 이뤄졌고 다시 장소를 백화원 영빈관으로 옮겨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10분전인 밤 11시 10분에서야 최종 합의했다.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다가도 남측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상당한 합의가 가능했다고 박 수석이 말했다.
박 수석은 "이는 김 위원장이 세계변화를 보는 시각과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또 적극적이고 뭔가를 이루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김 대통령의 발언 중간 중간에 "나도 섭섭한 게 있는데 말씀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남측에 대해 불유쾌하게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탄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일관되게 하는데 남측에서 모순되게 한다. 이래서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남측 신문을 김 대통령과 함께 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좋지 않게 다룬 기사를 보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것.
반면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의 인생역정, 정치역정에 대해 여러번 존경심을 표시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여러번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는 탄압을 받고도 집권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했다는 것.
김 대통령도 나름대로 북한에 대해 서운한 점을 김 위원장에게 밝혔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서운하다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잠수정 침투사건이나 서해교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항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은 서로간에 전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고 전해 북한의 도발 등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제기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수석은 "이런 김 대통령의 문제제기, 김 위원장과의 논의 등을 통해 공동선언문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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