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김정일 양 지도자의 6.15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것은 분단된 채 살아야만 하는 한서린 한민족의 희망에 찬 장래를 이끌어줄 지렛대 구실을 할 것이다.당국간 대화 조속 개최라는 항목에 희망을 걸고 본인은 과감히 우리 정부가 솔선하여 남북 문화교류청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펴고자 한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지금까지 서먹한 관계라든가 원수지간의 관계를 지속해 오다가 갑자기 선린관계로 바뀐다고 할때 먼저 조심해야할 것은 서로들 체제를 비판하든가 재력을 비교하든가, 삶의 수준을 견주어 본다든가 아니면 극단적으로 파괴력을 서로 자랑하는 일이다. 그보다는 먼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며 소장하고 있는 미술작품이나 오래된 문집 혹은 자신이 지은 시편들을 내놓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나라라고 다를 것이 없다. 무슨 통일이 눈앞에 다가오기라도 한 듯 착각해서는 안된다. 통일은 무한한 기다림과 인내와 지혜를 요구한다. 우리는 그것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 한 방안이 문화교류청의 신설이다.
우리나라에 문화관광부가 있고 북한에도 비슷한 정부부처가 있을 터이지만 그것은 남북 교류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시절에 조직된 정부의 기구이다. 이 부처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국내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인력이 모자라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남북교류라는 막중한 업무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얼핏 머리에 떠오르는 문화교류의 내용으로는 음악과 공연, 영화와 연극, 대중음악과 방송, 문화재, 학술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55년동안 분단되어 살아오면서 서로들 이질적으로 얼어붙은 생활 감정, 나아가 민족감정을 녹이기 위해서는 문화를 교류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아무리 정치체제가 안정되고 경제가 크게 진작된다고 하더라도 두 체제의 국민 자체가 감정적으로 동질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그들은 영원한 타인으로 남고 말 것이다.
원래 철학자이면서 소설가였던 사르트르는 2차대전 참전후 좌파정당의 기수가 되는데 그는 무산 대중의 정치참여를 충동하기 위해서는 연극만한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 희곡작가가 된다. '파리떼'라든가 '무덤없는 주검'등은 그의 이런 의도에서 쓰여진 희곡들이다.
우리는 민족의 가락이 남아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하며, 민족의 얼이 스며든 광대놀음을 보아야 하며, 하회탈춤과 봉산탈춤을 교환하여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고구려 문화재와 신라문화재를 교환하여 보아야 하는 것이다. 55년간의 분단이 있었기에 이것보다 더 절박한 사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풍습이 달라지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상이한 정치체제 때문에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것을 허무는 방법은 문화의 교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 남쪽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 감정과 풍습이 많이도 서구화한 감이 없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공동성명 내용으로 보아,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정부, 하나의 체제는 물론 아니다.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연방제는 결국 하나의 민족, 두개의 정부, 두개의 체제, 두개의 국가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문화의 인위적인 교류는 더욱 절실한 것이다. 통일정부의 지방정부는 외교권과 국방권을 가지기 때문에 문화밖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문화 교류청이라는 정부부처를 만들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문화 못지 않게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육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언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왕의 체육부서에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체육단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 분야에서는 예총과 산하의 몇몇 단체를 제외하면 그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그런 막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정부는 문화교류에 있어 정부차원의 의지를 국민 앞에 단호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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