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시각-이제 잔칫상 접고 설거지할때

입력 2000-06-16 14:49:00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 분위기가 아직은 들뜬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외국은 냉철한 분석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자국의 이해와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한국으로서는 거꾸로 그들의 입장을 살필 자료가 되기도 한다.

◈"美軍철수" 나올까 긴장

◇미국=북미 회담의 핵심 의제인 핵과 미사일이 거론되지 않은 점에 정부 관계자는 특별히 주목했다. 국무부 회견에서도 기자들은 이 점을 집중 거론했다. 서울발 AFP통신 및 ABC.CNN 방송, 15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사설 역시 미국의 이런 태도를 반영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대사는 "김대통령이 대북 수교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며 미국은 이제 한발 물러나야 한다"고 했으나, 역시 "장기적으로는 군비 삭감과 대량 살상 무기 생산 중단 등이 관건이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한미경제연구소 피터 벡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도 합의에 도달하고도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던 전례가 있었음을 환기시켰고, 해리슨 센추리 재단 샐리그 해리슨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사전에 중국과 협의를 가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 재단 대릴 플렁크 선임연구원은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입장과 관련, 홍콩의 대공보는 "앞으로 군대 철수 요구가 거세지지 않을까 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자국 이익 추구를 위해 해외에 주둔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철수할 경우 영향력이 크게 감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에 역할 계속"

◇중국=외교부는 15일에야 공식 성명을 발표, "우리는 한반도에서 앞으로도 종전과 같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자국 이익 챙기기에 나섰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학계.공산당 등은 이번 회담과 관련한 각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국무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향력 강화 계기 기대

◇러시아=미국.일본.중국 등의 영향력이 한반도에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이번 정상회담을 굉장히 반기는 분위기. 그동안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기 때문이다. 외무부 담당 부국장은 이런 입장을 숨기지 않고 원색적으로 밝혔다. 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의 근거가 흐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크기도 하다.

나아가 남북한 종단철도가 연결되고 이것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됨으로써 자국에 이익이 있기를 기대하는 바도 크다.

◈자국 소외 분위기 불안

◇일본=북한과의 외교 정상화에서 자신들만 소외되는 것 같아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인 납치 의혹, 북한 미사일 등 문제도 회담이나마 열려야 말이라도 붙여볼 것 아니냐는 것.

그러면서도 대북 경제지원을 하게 되면 한국이 일본의 도움을 청할 것으로 보고, 그에 때맞춘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열광에서 벗어나야

◇독일=뮌헨대학 글라우비츠 정치학 교수는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며 "일시적 열광에서 빠져나와 더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선언으로 한국은 광복절 이전에 비전향 장기수를 석방해야 하게 됐으나 북한에는 아무 의무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도 상호 방위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과 입장을 맞춰 국제 관계를 풀어 나가다간 북한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경고했다.

◈구체적 방안 없고 모호

◇프랑스=이곳 언론들은 "남북한 사이에는 동서독 보다 훨씬 깊은 골이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르몽드 신문은 "공동선언에는 구체적 방안이 결여돼 있고 모호하다" "남한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직통전화 설치는 선언문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적개심 완화"

◇대만=1991년 이후 8차례나 북한을 방문, 남북관계 중재 등을 맡았던 린추산 박사는 남북한 공동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기왕에 나왔던 것들을 종합한 수준이며, 종전에도 합의를 해 놓고는 돌발 변수 때문에 오히려 악화되기도 했다는 것. 타이베이 타임스는 오히려 우파적 우려까지 제기했다.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 등 언론을 완벽하게 이용했다는 것. 정상회담과 관련한 평양의 전략 중 하나가 남한 사회 분열에 있다고도 했으며, 한국인들의 적대감 완화 및 미군철수 주장 동조 등도 목적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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