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기술 어디까지

입력 2000-06-12 14:00:00

항공기만큼 첨단 기술이 신속히 적용되는 분야도 드물다. 특히 전투기는 각 국의 과학기술 능력을 실시간 반영한다고 할 만큼 빠른 진화속도를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제트엔진을 만드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인공지능을 도입한 최첨단 조종석도 선보이고 있다. 21세기를 주름잡을 전투기의 첨단 기술을 살펴보자.

◇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처럼 단단한 재질

제1차 세계대전까지 항공기는 대부분 나무로 제작된 복엽기였다. 이후 속도가 빠른 단엽기가 등장하며 그에 부응하는 재질로 1930년대부터 알루미늄 합금이 사용됐다. 현재도 대부분의 항공기 주요 구조물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고 있다.고분자를 이용한 복합재질이 항공기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40년대 영국 에어로 리서치사가 제작한 스핏파이어부터. 이후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한 대표적인 최첨단 항공기로 유럽의 유로파이터, 프랑스의 라팔, 스웨덴의 그리핀, 일본의 F-2, 미국의 C-17 글로브마스터 Ⅲ가 등장했다. 80년대에 들어와 고강도와 고온이 요구되는 부품에 티타늄 합금이 사용됐다. F-22 랩터의 엔진 주변 동체에도 티타늄 합금이 쓰인다.

최근엔 탄소강화 복합재와 같은 플라스틱으로 제트엔진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트엔진 전문회사인 프랫 앤 휘트니가 미국내 대학과 연계해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군사용 항공기의 실제 환경과 동일한 온도 및 외부조건에 복합재를 노출시킨 뒤 강도와 노화정도를 관찰하고 있다. 고분자 재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로 인해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단시간에 높은 온도에 견디는 고분자 플라스틱이 장시간 노출에도 견딜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 귀찮은 꼬리날개를 떼버린다

보잉사와 미항공우주국(NASA)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으며 민첩한 기동성을 발휘하는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연구팀을 구성했다. 28개월간에 걸친 연구 결과 나온 작품은 꼬리날개를 떼버린 항공기 'X-36(가칭)'.

모형으로 제작된 X-36은 기존 전투기보다 기동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중량, 항력, 레이더 포착면적 등을 모두 줄일 수 있었다. 아직 실험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시험 비행을 통해 꼬리날개 없는 항공기의 새로운 조종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X-36은 비행방향을 조종을 위해 상하로 펼쳐지는 보조날개와 추력방향 조절장치를 이용한다. 추력방향 조절장치는 기존 항공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엔진 분사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비행기는 날개만 이용했을 때보다 훨씬 민첩하게 선회할 수 있다.

◇ 전투기 조종석을 움직이는 사령부로 만든다

미 육군은 차세대 전투헬기에 도입할 최첨단 조종석을 최근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실전 임무판단 시스템에 적용된 인공지능 조종석은 갑작스레 닥치는 위험을 예고하고, 공격 목표물의 우선 순위를 정해주며, 수집된 데이터를 근거로 위급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토록 해 준다. 인공지능 조종석은 현재 아파치 롱보우 헬기에 장착돼 시험 운용중이다.

또 전투기 조종사의 헬맷에 첨단 디스플레이 장비를 장착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헬멧장착디스플레이는 조종사로 하여금 뛰어난 '퍼스트 샷(first-shot ; 전투기 공중전에서 먼저 본 사람이 먼저 공격하는 것)' 능력을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조종사가 적의 항공기를 공격하기 위해 공중 곡예비행을 하며 자세를 바꾸지 않아도 공격이 가능하다. 조종사가 목표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에 맞춰 무기시스템이 돌아가며, 적 전투기에 대한 각종 데이터가 헬멧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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