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D-3

입력 2000-06-09 15:13:00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한.미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2~14일 평양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과연 핵.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포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경제협력 △이산가족 문제 해결 △당국간 대화채널 구축 등과 함께 '베를린 선언' 4대과제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미국이 핵.미사일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적은 없으나 평화체제 구축과 핵.미사일 문제 등은 직.간접으로 연결된 문제이므로 어차피 다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문제가 논의되더라도, 어떤 강도로 거론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경제협력과 같은 '민족화해' 문제에만 주력하고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억제 문제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접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후 남북한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돼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유도하는 지렛대로 경제제재 해제를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 미국 고위관리는 지난달 "한.미.일은 북한과의 개별접촉에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원조와 혜택을 받으려면 대량파괴무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당 의원들도 스탠리 로스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관리들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 문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과 한국이 나름대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더구나 이견이나 갈등은 없다"면서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한국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문제와 경제지원을 서로 견고하게 연계시키는 대북전략이 구사됐으나, 이제는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있다"면서 "남북한간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 한반도 문제 해결이 용이해진다는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협력이든 핵.미사일 문제든 원론적 수준의 논의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공조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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