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화-음악

입력 2000-06-09 14:09:00

12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분단 50년동안 북한의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이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지난 80년대말 정부의 납·월북작가 해금 조치 등에 따라 학계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남북 예술단체간 교류가 조금씩 진척되면서 최근에는 북한 예술의 실상이 조금씩 우리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6·25이후 달라져온 북한의 예술 전반에 걸친 흐름과 특징 등 변화상을 각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 음악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음악의 분류, 즉 클래식·국악·대중음악 등의 분할구도는 북한 음악체계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알려져있듯이 음악도 그들의 정치체제를 위한 선전선동의 방편으로 전락, 클래식의 한 장르인 오페라와 유사한 형태인 '가극(歌劇)'이 최상급 공연행사로 취급되는 등 우리나라의 음악적 토양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에 따라 가극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클래식과 국악 연주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지난 90년대 이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엔 남한 대중가요도 꽤 알려져 북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고 있다.

▶클래식=50년대 중반까지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으나 60년대 이후엔 대외용 연주 및 전문교육기관에서의 교육외에는 클래식만을 위한 무대는 거의 사라진 상태. 그나마 연주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악단은 46년 8월, 중앙교향악단으로 출발했던 '국립교향악단'.

이 악단은 교향악을 위주로 기악작품을 전문으로 창작, 연주한다. 주된 활동무대는 평양 모란봉극장.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생일 및 외교사절단 방북시 축하공연 등을 담당했으며 단원은 120명 정도로 전해진다.

북한군 공훈합창단 등 합창단도 있으나 음악적 목적보다는 대부분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한 것.

또 음악의 목적이 사상교양으로 흐름에 따라 기악보다는 가사전달이 가능한 성악을 중시하는 풍토.

한편 음악인의 조기양성제도는 탄탄해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유학하는 북한 음악인의 수준은 높은 편.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카라얀 국제콩쿨'에서 1등 없는 2등상을 받은 지휘자 김일진이 대표적 사례다.

▶국악=북한의 국악은 그 원형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 정설. 판소리의 경우, 김일성이 판소리 특유의 탁성을 "쌕소리"라고 비판한 이후 거의 소멸된 상태다. '서도소리'도 인민적인 것이 아니라며 거부됐다. 우리 소리의 전형인 '약간 쉰듯한 목소리'가 '색정과 부화·방탕을 조장하는 자본주의적 음성'으로 치부됐기 때문. 이 때문에 북한 가수들은 민요를 부른다해도 콧소리가 섞인 맑고 밝은 목소리를 사용한다. 인민대중이 밝고 희망찬 노래를 통해 믿음을 갖게 한다는 취지.

북한은 또 '노들강변' '양산도' '밀양아리랑' 등의 창작민요를 많이 만들어내 민요보급을 위한 노력은 활발한 상태. 최근에는 민요를 전자악기와 양악기만으로 연주하는 '북한식 경음악'으로 편곡, 연주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기악부문에서는 악기를 개량, 전통적인 우리 소리와는 색깔이 다른 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종래 오음계를 극복, 복잡한 곡도 자유스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음계 개조 운동을 벌여 전통 악기를 12음 반음체계로 변조시켰다는 것.

가야금의 경우, 명주실로 된 줄 대신 쇠줄을 사용하며 현을 18줄 또는 그 이상으로 바꾸는가 하면 33현의 옥류금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전통악기 개발도 하고 있다.

▶대중음악=대중음악을 뒷받침하는 양대 산맥은 '보천보 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 북한 대중가수들의 화려한 등장을 도왔다.

85년 조직된 '보천보'는 북한 최초의 팝 앙상블. 전문 기량을 갖춘 연주자와 가수, 작곡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앨범으로 발매된 북한 최고 인기 여가수 전혜영의 '휘파람'도 보천보에서 만들어졌다. 또 리경숙이 부른 '반갑습니다'도 이 곳에서 띄운 곡.

'왕재산'도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경쾌하고 율동섞인 노래를 연주한다. 주민들은 '왕재산'의 음악을 보다 서민적이라는 이유로 '보천보'보다 더 친근감을 느낀다고 북한 망명자들은 전한다.

90년대 들어 '휘파람' '날보고 눈이 높대요' '녀성은 꽃이라네' 등 애정가요가 '왕재산'에서 창작 보급돼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영화노래와 혁명가 등을 개사해 부르는 '세태 풍자노래'가 유행이라는 것. 당간부들의 착취를 비난하기위해 '여성해방가'를 개사한 '옛날에 황지주 쫄딱벗고서 함지같은 다라에 들어앉아서 머슴아 머슴아 씻어달란다' 등이 그 예.

한편 남한 노래도 널리 애창돼 한국 애창가요 베스트 순위가 나올 정도. 국정원이 북한 이탈주민들의 의견을 종합, 지난 해 밝힌 자료에 의하면 1위 '사랑의 미로', 2위 '노란 샤스(셔츠) 입은 사나이', 3위 '바람 바람 바람', 4위 '독도는 우리땅', 5위는 '그 때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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