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꽃길'조성 외화 낭비 '펑펑'

입력 2000-06-05 00:00:00

최근 지자체들이 국토공원화사업, 꽃길 조성 등 앞다퉈 벌이고 있는 환경정비사업에 외국에서 들여온 불임(不姙) 식물이 뒤덮고 있다.

이들 불임식물들은 대부분 유전공학적으로 번식능력이 없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해마다 새로 수입해야하는 외화 낭비가 이만저만 심각한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구시와 시 새마을협의회는 지난 1일부터 '월드컵대비 꽃길조성사업'으로 시내 8개 구·군 주요가로변 14.2㎞에 조성중인 대형 타원형 인조화분 230개는 옐로보이, 공작초 등 수입종이 대부분이다.

중구청이 지난달 조성한 동성로 보행자전용도로 꽃길에도 베고니아, 페추니아, 만수국 등 외래식물뿐이다.

도심 대단위 택지개발지구, 고속도로 건설지 등의 녹지사업에도 서양데이지, 수레국화 등 외래식물이 주종이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이같은 외래식물의 종자, 구근, 묘목 등 수입은 갈수록 늘어 지난 92년 1천525만달러이던 것이 97년에는 4천576만달러로 3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생태계관리연구소 김종원 소장(계명대 환경공학부 교수)은 "번식능력이 없는 3배수체(3n)인 외래 지피(地被)식물은 꽃이 피더라도 향기도 없고 꿀도 없어 자연 생태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외래 불임식물이 널리 보급되면서 눈에 띌 정도로 나비·벌 등이 줄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먹이사슬에도 미묘한 변화와 교란이 발생, 일부 식물종의 가루받이(수분) 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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