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종금 부실은 경영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잘 나가던 회사가 삐끗하더니 지난해부터 급전직하로 악화된 것은 지역경제 침체라는 요인도 적잖지만 무엇보다 대주주의 경영능력 부재가 컸다는 것이다. IIMF 관리체제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영능력이 관건이 된 시점에 영남종금은 오히려 거꾸로 갔다는 얘기다.
영남종금은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영남학원이 영남종금에 투자한 총액은 370억5천만원. 그러나 영남학원이 지금껏 배당금 등으로 회수한 이익은 모두 339억원이나 된다. 92년부터 매년 30억원씩 학원으로 흘러갔다. 외환위기가 터졌던 97년에도 11억8천700만원이 전입됐다.
이와는 별도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741만주까지 감안하면 투자금 이상을 건졌다는 계산이다.
이런데도 영남학원이 보여준 것은 경영권 다툼 및 빈약한 경영능력 뿐이었다.
영남종금 직원들은 경영 난맥상이 영남학원과 영남대간의 힘 겨루기, 함량미달의 경영진 구성 등에서 비롯됐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명목상 최대주주라는 점을 내세우는 영남학원 및 실질적으로 경영에 간여해 온 영남대, 두 기관 수장이 영남학원을 놓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드물었다는 게 이들의 지적.
영남종금 경영진을 인맥에 휘둘려 위인설관식으로 구성한 것이나 이들이 제 몫 찾기에 급급했다는 얘기도 적잖다.
그 결과는 영남학원의 부실이었다. 96년 54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97년 391억원 적자를 낸 뒤 98년 603억원, 99년 976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를 두고 한 직원은 주인 없는 회사의 경영권 다툼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결과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부실을 부른 대주주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영업정지 이후 영남학원 재단이사장과 영남대 총장이 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한 흔적은 없다. 누구도 아직 향후 활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남종금의 회생을 바라는 지역사회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만 나올 따름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종금사 중에는 영남종금 인수를 내심 노리는 곳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업정지 직전까지 인수합병 문제를 협상했던 중앙종금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영업정지로 훨씬 값싸게 영남종금을 인수합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마당이다. 규모를 키워 생존을 꾀하고 있는 이들이 대구.경북 영업권을 단번에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강력 제기됐다.
자산.부채 실사결과가 나와봐야 인수합병 협상이 본격화되겠지만 대주주인 영남학원과 영남대는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영남종금 직원들이 이번 주 내로 영남학원과 영남대를 방문해 대주주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려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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