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전환 필요하다

입력 2000-05-30 14:24:00

버스비 50원 오른다는 소식에 한숨 짓는 주부와 수십만원짜리 선글라스를 찾아 백화점을 헤매는 주부. 기름값 10원 인상 뉴스에 걱정부터 앞서는 샐러리맨과 수천만원짜리 수입 골프채를 예약 주문하는 졸부. 과소비 자제 캠페인을 보며 '그래 나부터 아껴야지'하는 생각이 들기보다 '과소비할 돈이 있어야지'하는 자괴감이들면 신경질이 나게 마련이다.

서민 100명이 전등 하나 안켜고 차 타고 갈 곳 걸어가며 기름 한 방울 아껴도 부유층 1명이 온통 수입품으로 치장하고 4천cc짜리 수입 자동차를 타면 아무 소용이 없다. 때문에 소비 절약을 아무리 외쳐도 서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일 수 밖에 없다.

'나 하나 아껴서 무슨 소용있나'하는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과소비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1/4분기는 지난해 4분기 대비 가계별 자가용 구입비는 50%, 교양오락비는 47%, 휴대폰 통신비는 38%, 외식비는 32%가 늘었다. 과소비 풍조가 부유층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 일로에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수입품 뭉치나 다름없는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버려진 중고 휴대폰은 950만대. 올해도 800만대 정도 버려질 전망이다. 신형 휴대폰 과시욕에 업체의 공짜 경쟁이 맞물려 로열티 지급과 부품 수입으로 매년 2조2천억원(20억달러)이 외국으로 새나갔다. 올들어 4월말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7억7천만달러에 불과했다.국내 원유 도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산 원유가가 배럴당 26달러선에 육박했다. 4월말까지 무역수지 흑자폭도 22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원유가 인상만으로 빚어진 결과는 아니다. 전량 수입품인 에너지 과소비에 어느새 둔감해진 탓이다.에너지 소비를 10%만 줄여도 연간 3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절약 방법은 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주 1회 온 식구가 한꺼번에 식사를 해 불필요한 취사용 연료를 아낄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550만달러를 줄일 수 있다. 하루에 냉장고 문을 4번만 덜 열어도 580만달러가 절약된다. 40W 형광등을 하루 4시간 끄면 3천700만달러, 형광등을 32W 고효율로 전량 교체할 경우 연간 에너지 수입액 2천800만달러를 아낄 수 있다. 전국 승용차가 하루 10분씩 불필요한 공회전을 안할 경우 5천400만달러가 절약된다.

주부 김미정씨(30·대구시 북구 읍내동)는 "상대적 박탈감이 오히려 일반인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일부 부유층의 흥청망청 행태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함께 전국민이 동참하는 절약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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