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대의명분

입력 2000-05-30 00:00:00

북한.이란.이라크는 정말로 미국을 위협하는 위험한 나라인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그 빌미가 된 '불량국가들'(Rogur States)의 위협이 실재하는지, 아니면 과장된 것인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들 나라가 대량 파괴무기의 획득을 추구해 온 것은 사실이나, 자멸을 초래할지도 모르는데, 뭣하러 미국을 공격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의심의 출발점. 민간 아시아 전문가 조너선 폴랙은 "다른 나라들이 다 받아 온 핵 억지력의 구속을 불량국가들은 안받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가안보회의 전 국장 로버트 리트워크는 "이 명칭 자체가 서로 다른 여러 국가들을 악마로 만들고 정책결정을 왜곡시킨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불량국가들'을 비이성적이고 자멸적이라 간주하는 전제 자체를 의심한다. '불량국가'일수록 그 지도자들이 자기 보존 문제에 더 민감하고, 게다가 미국에 의해 철저히 봉쇄되고 있기까지 하잖느냐는 것. 이라크는 지난 10년간의 제재와 미국.영국의 지속적 공습으로 봉쇄된 상태이고, 이란은 최근 온건파가 승리했는데도 미국이 여전히 기술이전을 봉쇄하고 있다. 북한도 남북화해 시대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유럽국가들의 비판은 더욱 직설적이다.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불량국가들 중 하나가 미국을 공격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불량국가라는 낙인은 단순한 수사적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로고진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 위원장도 "파리 잡는데 대포는 적절한 무기가 아니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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