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불신만 키운다

입력 2000-05-30 00:00:00

정부가 최근 잇따라 제시하는 교육정책이 헛구호나 생색내기에 그친 채 정작 현장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대학입학 추천에 관한 사항을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가 심의.자문하도록 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을 들은 지역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운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사립고 가운데 현재 학운위를 구성한 학교는 하나도 없으며 공립고 학운위 역시 연 1, 2회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그칠 뿐 제 기능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더구나 학운위원도 학교장이 선호하는 교사와 지역 유지, 극소수의 적극적인 학부모로 구성돼 학교장에 대한 업무 견제는 생각도 못하는 판에 극도로 민감한 입시 문제를 심의.자문할 경우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고교교사는 "교장의 독단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을 막는답시고 학은위를 강화하면 학은위에 나서거나 위원들에게 청탁하려고 몰리는 또다른 역치맛바람이 불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또 과외 허용 이후 교육부는 사회통념상 타당한 기준을 정해 고액과외를 집중단속하고 과외교습자를 처벌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기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교육부 과외교습대책위에서 제시한 세금 부과 방안도 성실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한달이 넘도록 실효성 있는 과외대책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달 초 시.도 교육감들이 과외 허용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으로 과외 단속, 보충수업, 특기.적성 교육 등을 지역 실정에 맞춰 펼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해 달라는 건의도 지금껏 묵살하고 있다.

고교생들의 사설기관 모의고사 응시 횟수 제한 방침도 학생들이 끊임없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인터넷 모의고사 응시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큰데도 교육부는 과열입시 방지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5월 한달 동안 60여명의 교사가 매달려 문제를 출제, 30일 172개고교 5만명이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러나 이번 모의고사는 "시험을 통해 학습의욕은 고취시키겠지만 수험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국적인 비교가 불가능해 교사와 학생 모두 고생만 실컷 하고 효과는 반쪽에 그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