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위기 영남종금 어디로-살려야한다(상)

입력 2000-05-29 00:00:00

영업정지된 영남종합금융을 대구·경북 지역경제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남종금 1대주주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은 물론 대구시, 대구상공회의소 중심으로 대구·경북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무성하다. 영남종금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살려야 할지를 짚어본다.편집자

"결제할 어음은 매일 돌아오는데 예금은 묶여 있고…. 은행에서 예금담보대출을 해준다, 다른 금융기관을 알아봐준다 하는 대책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작고 돈 없는 기업이 새로 금융기관 뚫기가 쉽겠어요?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난 27일 셔터문이 내려진 영남종금 앞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섬유 임직업체 대표는 예금담보대출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러 왔는데 필요한 서류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결제용 자금이 잠겨 큰 일이라고 발을 굴렀다.

4억원을 운전자금으로 빌려쓰고 있다는 모 건설업체 대표는 지금 당장 갚으라는 소리는 없지만 언제까지 만기연장될 것도 아니어서 문을 닫는다면 어디 가서 대출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은행 돈 쓸 형편 되면 금리 싼 은행에 가지 왜 종금사에 왔겠느냐는 얘기다.

영남종금 영업정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기업체들이다. 개인이나 단체 역시 돈이 묶여 곤란을 겪는 것은 물론이지만 어이없는 사태로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말할 게 없을 정도다.

영남종금 거래기업은 400여개. 이들과 연계된 하청업체까지 따지면 줄잡아 1천여개가 넘는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남종금 퇴출로 자금회수가 시작되면 이들의 운명도 영남종금과 똑같이 위험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존하는 위험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은행과는 또다른 역할과 특유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게 종금사다. 종금사가 없어진다면 지역경제는 지금껏 종금사가 수행해온 금융기능을 어디에서 충족시킬지 막막하다.

종금사는 담보위주인 은행과 달리 신용위주 대출을 수행해 왔다. 담보가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절실한 존재라는 얘기다. 일단 거래적격 판정이 난 기업에겐 은행보다 더 많은 자금을 수시로 대출해준다. 영남종금 대출 담당자는 "전년도 매출액의 절반을 한도로 하는 파격적인 대출도 적잖다"고 말했다.

어음할인에서 해온 역할은 더 크다. 은행들도 어음할인업무를 취급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종금사가 주종이다. 종금사가 없어지면 상당수 기업들은 어음할인을 위해 사채시장으로 가야하며, 이는 자금 불안정성 심화와 고금리라는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영남종금이 퇴출된다면 지역경제의 금융 절름발이 현상은 더 커진다.

외환위기 후 조선생명, 대구·대동리스 퇴출로 지역은 단 하나의 보험사, 리스사도 갖지 못하게 됐다. 대구·경일종금 퇴출 후 지역 종금사의 명맥을 이어온 영남종금이 이번에 문을 닫으면 종금사마저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된다.

금융기관간 균형과 위험분산 기능은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다. 그렇잖아도 서울에 본사를 둔 전국 금융기관의 금융 독점현상이 심화되는 마당이다. 대구은행 고위간부는 "돈이 특정 업종의 몇몇 기관에 쏠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크고 작은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는 게 가장 안정된 금융시장"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파이낸스라는 유사금융기관이 부산, 경남, 대구 등 주로 지방을 중심으로 창궐, 물의를 빚은 것은 종금사 등의 퇴출로 빚어진 지방금융기관의 급격한 공백에서 빚어진 현상이란 분석도 제기돼 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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