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급 심의 잣대는 고물줄

입력 2000-05-27 14:10:00

등급기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로마 검투사 얘기를 다룬 '글래디에이터'는 전차에 몸이 두 동강나고, 목이 잘려나가고, 창이 몸을 관통하는 끔찍한 장면들이 나온다. 언뜻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관객은 과거 검투사영화와는 달리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글래디에이터'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또 하나의 예. 27일 개봉된 '칠팩터'는 화씨 50도를 넘기면 폭파되는 화학무기를 소재로 한 액션 스릴러. 화학무기에 몸이 녹고, 칼로 목을 베는 장면이 들어 있다. 역시 15세 관람가.

반대의 예. 국산영화 '아나키스트'는 총격전은 있으나 그리 크게 폭력적인 장면은 없다. 그러나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지나친 욕설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 올 초에 개봉된 '행복한 장의사'가 비슷한 경우. 전라도 욕설 때문에 '행복한 장의사'도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또 하나.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프레디타'가 지난 9일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개봉을 연기했다. 지나친 선정적인 장면, 마약, 폭력, 노출 등이 이유. 그러나 미국에서 '프레디타'는 '글래디에이터'와 마찬가지로 R등급(16세 이상 관람가)을 받았다. '프레디타'는 일부 장면을 삭제한 뒤 다시 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등급 심의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5세 관람가에서 등급보류까지 널 뛰듯 종잡을 수 없는 기준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영화관계자들의 얘기. 또 최근 노출이 심한 외설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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