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외교가 석연치 않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한국이 가장 오랜 맹방인 미국은 멀리하고 중국과는 급속히 가까워지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초중량급 인사가 가는 것이 관례가 돼온 주미(駐美)대사 자리에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양성철(梁性喆) 의원을 발탁한 것은 "대미 외교가 겉돌고 있는 증거"라고 걱정할만 하다.
정부측은 양 의원이 미국에서 오랜 학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발이 넓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가 16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인데다 외교 실무와 행정 경험도 없는 등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과연 최상의 선택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양 내정자가 요즘 잘 나가는 광주고 출신이란 점 때문에 지역 안배의 혜택을 받았다는 오해의 소지마저 없지 않을듯 하다.
어쨌든 누가 보더라도 양 의원의 주미대사 발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면이 없지 않음을 지적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실상 한반도 정세는 최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몸부림 치는 북한의 정책 변화로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있다. 이러한 변환기에 우리의 4강외교 특히 그중에서도 대미외교의 중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처지다. 그런데도 중국대사에는 홍순영(洪淳瑛)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보내면서 그보다 훨씬 비중이 큰 미국대사 자리에 외교 신인에 불과한 양 의원을 발탁한 것은 외교 현실을 무시한 정략적 인사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이에 곁들여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에는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을 보내고 미국에는 반기문(潘基文) 차관을 보낸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중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적대국이었던 반면 미국은 혈맹국가이자 세계의 초강대국이다. 우의적인 측면뿐 아니라 외교 실리면에서도 미국을 홀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외교에서는 관례와 형식을 소중히 여기고 격을 따지는게 불문율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파격외교를 하는 것은 그 이유야 무엇이든 경솔한 처사다.
가뜩이나 노근리 사건에다, 매향리 미군 폭격연습장 문제, SOFA개정 지연 문제로 양국의 신경이 날카로와진 이때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런 문제들까지 겹쳐 양국의 우의에 손상을 입혀서는 안된다고 믿어진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4강외교에서 할 말은 당당히 하되 불필요한 언동으로 긴장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임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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