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쇼크 미봉책은 안된다

입력 2000-05-27 14:30:00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자금난에 몰려 채권은행들로부터 4천억원의 자금지원을 받게되면서 진정돼가던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는 사태는 대우그룹의 도산을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여간 불안한 일이 아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과 주채권은행인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이같은 사태가 단순한 자금수급상의 기간불일치에서 발생한 것이며 전반적으로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이 이를 믿지않고 있다. 주가가 전날 종가보다 무려 42포인트나 폭락하고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6.60원이나 올라 하루만에 1천130원대로 진입하는 등 이번 자금지원 사태를 현대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현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현대그룹이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정부도 그동안 현대에 끌려다니는 듯한 미온적 자세를 보인데 원인이 있다고하겠다. 현대증권의 주가조작사건에서부터 싹튼 현대에 대한 시장불신은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 불린 그룹회장 경영권 상속분쟁으로 확산되면서 현대투신 경영정상화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이를 다시 증폭시켰다고 할 것이다. 불과 3주여전에 내놓은 1천억원의 사재출자와 1조7천억원 상당의 담보제공을 약속한 현대투신부실 해결방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못한다고 보는 시각이 이번 현대건설과 상선의 긴급자금수혈사태를 가져온 원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채권은행이 이번 사태를 아무리 현대그룹의 일부계열사에 국한된 일시적 자금난으로 강조해도 현대그룹계열상장사 주가가 모두 하락하고 이것이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든 것이다. 이제 현대사태는 일시적 미봉책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접어든 것으로 보아야한다. 자금부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해결될지 미지수다. 정부와 채권은행도 충분한 자금지원은 하되 정주영 명예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경영에서 손을 떼고 2003년시한의 계열분리시한을 금년안으로 앞당기게한다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키로한 것도 그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그러나 문제는 현대그룹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구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길지 여부에 달려있다. 정명예회장이 내놓은 지분정리방안 수준으로는 시장의 기대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지배구조개선작업으로 경영권 혼란을 씻어야하고 알짜 계열사의 처분 등으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정부는 대우사태와 같은 국민적 불행을 겪지않게 만전을 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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