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금융 총체 위기

입력 2000-05-26 15:18:00

대구.경북이 금융불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매일신문 25일자 1면)이 제기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행 대구지점은 26일 '외환위기 후 대구지역 금융시장에 나타난 특징'이란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지역 금융기관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지역금융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되는 등 지역금융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지역금융기관 영업활동 위축

지역경제 회복지연 및 많은 지역기반 금융기관의 퇴출 등으로 지역금융기관의 여수신이 전국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외환위기 이전(91~97년)에는 여수신 모두 해마다 20% 내외의 증가율을 보여 전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98, 99년엔 수신증가율이 1.0%로 전국(6.8%)의 7분의 1에 불과했다. 반면 여신감소율은 -10.6%로 전국(-5.6%)의 2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99년말 기준 전국대비 지역 여수신 비중은 97년말보다 수신은 0.3%포인트, 여신은 0.5%포인트가 각각 하락했다.

특히 내년 예금보호한도 축소를 앞두고 최근 전국형 금융기관으로의 수신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3월말까지 전국형 금융기관의 수신은 지난해말보다 9.4%가 증가한 반면 지역기반 금융기관은 1.6% 증가에 그쳤다.

▲ 지역금융자금 역외유출 심화

3월말 기준으로 생보사 및 투신사를 제외한 지역금융기관의 예대차는 8조5천800억원으로 97년말보다 6조2천5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예대차의 대부분이 본지점계정(연합회 및 중앙회 포함) 또는 유가증권 투자 등을 통해 서울로 집중되는 형편. 99년말 지역 개인투자자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은 5조980억원으로 97년말보다 약 7배 늘었다. 증권시장 지수상승률 등을 감안하더라도 2조원 내외의 개인자금이 증권시장을 통해 역외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법인의 지역소재 비율은 1.9%에 불과해 증시자금의 지역환류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 지역은행의 산업자금 대출비중 축소 및 구성 변화

지역은행의 산업자금 대출비중은 93년 82.7%에 달했으나 97년말 79.1%, 올해 3월 76.7%로 계속 낮아졌다. 지역경기 회복지연에 따른 수요부진에다 지역은행의 대출심사기능 강화 등에 따른 영향 때문. 반면 가계자금 대출비중은 97년말 20.9%에서 올해 3월 23.3%로 상승했다.

산업자금 중에서는 제조업 대출비중이 외환위기 후 총대출금의 50% 밑으로 크게 하락한 반면 건설업과 서비스업 대출비중은 높아져 업종간 경기부침을 반영하고 있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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