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계 엽기 강타

입력 2000-05-25 14:07:00

야쿠자는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깡패를 만났을 때의 대사는? 조직폭력배들의 깡패수업 같지만 사실은 한 인터넷방송국의 '엽기 일본어'강좌내용이다. 딱딱한 기존의 학습방식과 달리 파격적인 내용으로 '엽기 바람'을 일으킨 인기코너.

엽기. '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것에 강하게 끌려 느끼는 흥미'. 사전을 찾아봐도 어려운 용어다. 지난 시절 해외뉴스나 사회면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이 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열풍이 일며 사회문화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만화에서부터 소설 게임 유머 소설 대학축제까지 장르를 가리지않고 사용해 사이버세계는 가히 엽기천국이라 할 만큼 남용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엽기길드(www.swreviews.com/yg). 드라군 100마리와 마린 200마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결과는 드라군의 압승. 누구나 궁금해하는 이런 스타크래프트 관련 이색 실험결과를 소개하며 마니아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승부에는 초연한 대신 기발한 전술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 목적이다.

엽기 DDR도 있다. 작년 모 방송프로 DDR고교생 챔프인 '닭다리'는 "DDR에는 스탭·댄스·엽기퍼포 등 세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엽기에 속해요. 엽기퍼포란 기술이나 점수보다 이상한 표정이나 제스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죠"라고 말한다.

대학의 5월 축제도 예외일 수 없다. 화염병이 캠프파이어 점화도구로 사용되는가 하면(명지대), 자장면 더럽게 먹기 등(국민대) 엽기성 이벤트가 인기다.

부셔먹는 라면을 끓여먹는다는 엽기요리, '거짓말' '텔 미 썸딩' '감각의 제국'등 엽기영화뿐만 아니라 엽기텔레토비에선 임의로 그림을 합성, 동심의 세계도 그냥두지 않는다.

압권은 인터넷의 수많은 엽기사이트. 쇼킹동영상 등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위장장애를 일으킬 정도다. 유치하고 저속하다. 그러나 이런 불쾌감이나 폭력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왜 하필 엽기인가?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N세대 네티즌들의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금기에 꽉 매인 이성중심의 현실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쾌감이 있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폭력, 선정성 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통쾌함이다. 이들에게서의 엽기는 '기괴하고 변태적'이라는 뜻보다 '재미있는, 기발한, 튀는, 신선한' 의미가 더 강하다.

사이버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또 어떤 장르의 엽기를 만들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

朴云錫기자 multicult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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